오래전부터 사용된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성분의 지사제가 이번 주부터 19세 미만 소아·청소년에게 사용이 금지됐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의사와 약사 등 일선 현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9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일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성분의 지사제에 대해 '소아(24개월 이상) 사용'을 삭제하는 내용의 허가 변경을 완료하고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등 유관협회에 공문을 보내 관련 사항을 전파했다.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는 알루미늄·마그네슘의 규산염으로 구성된 천연 점토로, 흡착성이 강해 장내 유해 물질을 흡착·배설시켜 설사나 복통 등의 증상을 개선하는 데 쓰인다.
생산 특성상 미량의 납이 함유될 가능성이 있는데, 해외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9년 우리나라에서도 2세 미만과 임부에게 사용이 금지됐다. 나아가 추가적인 임상시험에서도 안전성 확보 자료가 미흡해 이번에는 독성에 취약하고 배출 기능이 약한 소아청소년 전체로 사용 금지 조치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소아청소년 사용이 금지된 일반의약품 자사제는 △스타빅현탁액(대웅제약) △포타겔현탁액(대원제약) △디옥타현탁액(대웅바이오) △다이톱현탁액(삼아제약) △슈멕톤현탁액(일양약품) 등 5개 제품이다. 약가가 비교적 저렴한데다, 의약품 자체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성인 대상 처방·사용은 유지돼 제약사 매출 타격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보통 허가 변경은 제약사의 요청으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로, 사전 예고가 이뤄지지 않는다. 다만, 이 약은 워낙 오래, 널리 쓰이다 보니 일선 병의원·약국 현장은 인식 부족에 따른 혼란이 빚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약 관계자는 "앞서 '소아 복용 가능'이 명시된 재고가 많은데, 일부 약사는 소비자 혼란을 줄이기 위해 '금지 스티커'를 만들어 직접 붙이고 있다"며 "시장 점유율이 높았던 약이라 혼란이 더 큰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약사회는 이날 회원들에 문자를 보내 소아·청소년에서 해당 지사제의 조제·판매 사용이 금지됐다는 사실을 재차 공지하기도 했다.
중복 처방·오남용 등을 걸러내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는 별도로 식약처 고시가 등록되기 전에는 허가사항 상 처방 금지 여부를 파악하기 힘들어 '모르고 쓰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처방 변경을 해도 유해성 등 다양한 자료를 분석해 DUR 탑재 여부를 결정한다"며 "관련 내용을 안내했지만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만큼 DUR 탑재 전이라도 알림창으로 확인할 수 있게 조치할 예정"이라 말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풍선 효과'에 따른 수요·공급 불균형을 우려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쓸 수 있는 약이 유산균제나 하이드라섹산, 로페라마이드 등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홍준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부회장(김포아이제일병원장)은 "가장 주요한 대체재인 하이드라섹은 비급여 의약품이라 자칫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여름철에는 식중독과 장염이 유행할 가능성이 커 보건당국이 제품 공급 현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식약처는 "소아·청소년 설사 등에 사용하는 의약품의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