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인 안면견갑상완 근이영양증(FSHD)을 앓는 A씨(30대)는 단일 유전자 질환 검사(PGT-M)를 받기 위해 2021년 4월 아내와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10만명당 4~12명꼴로 발생하는 FSHD는 전신 근육이 약해지는 신경근육계 질환이다. A씨는 어깨와 팔근육 등 상체 움직임이 제한되는 증상을 겪고 있었고, 아이에게 유전될 확률은 50%에 달했다. A씨 부부는 배아를 선별·이식하기 위해 시행하는 PGT-M을 진행했다. 진료부터 2022년 출산까지 2년에 가까운 긴 여정 끝에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고 이후 둘째까지 건강하게 태어났다.
13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원내 누적 PGT-M 시행 건수는 2009년 8건 미만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208건으로 급증했다. 최근 다태 임신과 노산 등에 따른 고위험 산모가 늘면서 '유전병 대물림'을 막는 해당 검사 건수도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은 2001년 국내에 처음으로 PGT 방식을 도입했다.
PGT는 시험관 아기 시술로 수정된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기 전 정상 배아를 선별·이식하는 검사법이다. 검사 방식은 염색체의 수적 이상 검사(PGT-A), 구조적 이상 검사(PGT-SR), PGT-M의 세 종류로 구분된다. 특히 PGT-M은 고도의 기술력을 비롯해 임상유전체의학과·진단검사의학과·산부인과 간 다학제적 협력이 필요하며, 태어날 아기가 유전성 질환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있을 때 시행한다.
김만진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열린 '착상전 유전검사(PGT) 2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희귀유전질환은 대부분 단일 유전자 이상에서 비롯되며 약 95%는 치료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PGT-M은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한 아이를 갖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PGT-M은 △부모에게서 질환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유전자와 연관된 바이오마커(생체지표)를 찾아 일종의 '가족 지도'를 만들어 PGT-M 검사 준비를 완료하고 △시험관 시술을 거친 뒤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기 전 PGT-M 검사를 시행하는 과정으로 진행한다. 문제가 없으면 건강한 배아를 산모에게 이식하게 된다.
장주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PGT-M을 시행하기 위해선 어떤 유전자 변이가 있는지, 질병의 원인을 비롯해 가족 내에서 어떻게 유전돼 왔는지 등 복잡한 정보가 확인돼야 한다"며 "유전자 변이와 유전 패턴, 이를 종합해 발생할 수 있는 오류 가능성 등을 살피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각오해야 한다. 자원과 시간, 인력 요구량이 매우 높아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최근 결혼과 임신·출산 연령이 높아지는 추세와 맞물려 PGT 검사 건수가 향후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만진 교수는 "앞으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출산하는 사례는 늘어날 것"이라며 "연령대 등 여러 문제로 실제 출산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의료진 입장에서 (희귀질환)환자와 가족들의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백남종 서울대병원장은 "저출산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한 지금 유전 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한 출산을 지원하는 PGT의 사회적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며 "국가중앙병원으로서 희귀질환 치료에 임상적 수월성을 강화하고 필수 공공 의료 컨트롤 타워 역할을 굳건히 하려는 서울대병원의 사명과도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