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병원 평가가 의료 현장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역을 중심으로 '분만·신생아 뺑뺑이'가 지속해서 발생하지만 정부는 "지역별 격차가 줄고 의료서비스 질은 전반적으로 향상됐다"고 자평한다. 최근 존폐기로에 선 전북대병원조차 지난해 신생아 중환자실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것을 두고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발표한 '2025년(4차)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에서 조사 대상 병원 83곳 중 60곳(72.3%)이 1등급을 받았다. 심평원은 지난해 1~6월 진료기록을 토대로 전담 전문의·간호사 1인당 신생아중환자실 환자 수 등 8개 지표를 바탕으로 1등급부터 5등급을 구분했다. 1등급에 가까울수록 진료 수준과 시설·장비가 우수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상급종합병원은 100점 만점에 평균 92.66점, 종합병원은 86.39점을 받았다. 상급종합병원 44곳 중 38곳(82.6%), 종합병원 42곳 중 22곳(59.5%)이 총점 90점 이상의 1등급을 획득했다.
심평원은 "인력지표인 '전담 전문의 1인당 병상 수'는 1차 평가 14.91병상에서 이번에 6.77병상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며 "의사, 간호사의 지역별 격차가 줄어 고위험신생아 증가에도 불구하고 의료서비스 질은 전반적으로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또, '1등급 우수기관'이 전국 모든 권역에서 확인됐다면서 "지역 내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서비스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 평가에서는 1등급이 넘치는데 정작 국내 신생아 치료 시스템은 '붕괴 직전'이라는 게 현장의 하소연이다. 대한신생아학회 등에 따르면 전국에 신생아중환자실을 운영하는 77곳 중 52곳(67.5%)은 의사 1~2명만 근무하고 있다. 학회는 "신생아 전문의 한두 명이 24시간 365일 해당 지역의 고위험 신생아를 홀로 감당하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우려했다.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도 심평원의 '평가'와 달리 심각한 수준이다. 학회 등에 따르면 전국 신생아 세부 전문의 10명 중 6명(242명 중 154명, 63.3%)이 수도권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달 말 공개 사의를 표명한 김진규 전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주당 90시간 근무, 50시간 연속 당직을 서온 것으로 알려진다. 수 억원의 연봉을 제시해도 과도한 진료, 당직 부담, 사법리스크 등에 의사를 추가 채용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한신생아학회는 이달 초 호소문을 내고 "의사가 없어 지방의 여러 중소 신생아중환자실이 문을 닫았고, 이제는 수도권 중소병원들마저 인력난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밤샘 당직을 서며 버티고 있는 지방 거점 신생아중환자실도 언제 같은 위기에 직면할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병원 평가는 일반 국민에게도 공개되는 만큼 1등급 비율이 높은 것이 '문제가 없다'고 읽힐 착시를 일으킬 여지가 있다. 의료 현장의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정부 평가는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학회는 "최근 불거진 전북대병원의 운영 중단 위기는 특정 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 붕괴를 알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의료는 양보다 질 관리가 중요한데 국민 체감과 동떨어진 평가 결과를 언제까지 낼 것이냐"며 "형식적인 자문회의 말고 초기부터 전문가 집단과 실질적인 효과 중심의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 계획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