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전체를 강타한 엘니뇨 현상(해수 온난화)의 여파로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1950년 이래 가장 극심한 이상고온과 폭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존의 폭염특보로 분류하기 힘들 정도의 강력한 폭염을 경고할 '폭염중대경보'를 신설했는데, 전날(12일) 경북 남부 일부 지역에서 처음 발령되면서 올여름 역대급 무더위가 예고된다. 문제는 폭염 때 의외로 '잘못된 대처'를 범하기 쉽다는 것. 폭염 때 헷갈리기 쉬운 궁금증을 알아본다.
X 폭염 속 갑자기 어지럽거나 머리가 아프고 피로감이 든다면 온열질환 신호일 수 있다. 온열질환(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 실신, 열 부종)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열사병은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신경이 외부의 열 자극을 견디지 못해 그 기능을 잃으면서 나타난다. 강하고 빠른 맥박, 심한 두통과 오한, 빈맥, 40도 이상의 고열, 의식 저하 같은 증상이 나타나다가 다발성 장기 손상을 거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김윤정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열사병 환자가 발생하면 '신속한 냉각'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구급차가 오기 전까지 환자를 시원한 장소로 옮겨 옷을 느슨하게 하고, 환자 몸에 시원한 물을 적셔 부채·선풍기 등으로 몸을 식히는 게 이상적"이라고 조언했다. 단, '의식이 있는' 열사병 환자에게 찬 물을 마시게 하는 건 체온을 낮추는 데는 도움 될 수 있지만, '의식이 없는' 경우 억지로 물을 먹였다간 물이 기도로 넘어가 질식할 수 있어 억지로 물을 먹이는 건 금물이다.
△ 성인은 평소에 땀을 시간당 평균 700㏄ 미만으로 흘리지만, 폭염 땐 시간당 땀 배출량이 2ℓ까지 많아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땀으로 빠져나가는 염분의 양이 평상시에는 3~5g에 불과하다가도 15~30g으로 껑충 뛴다. 이는 탈수를 초래하고, 전해질을 보충하지 않은 채 물만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전해질 불균형을 유발해 피로, 심장 이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김선미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간혹 탈수를 막기 위해 소금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소금을 따로 먹는 건 좋지 않다"며 "소금을 배설하기 위해 소변으로 더 많은 물이 빠져나가 탈수가 심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 온열질환 중 열경련은 땀을 많이 흘렸을 때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수분·염분이 부족해서 생기므로 소금을 먹는 게 권장된다. 주로 근육을 중심으로 경련이 일어나는 게 특징이다. 심할 경우 현기증, 구토 증세를 유발한다. 열경련 환자는 그늘에서 쉬게 하고 소금을 물에 녹여 섭취하게 한다.
O 여름철에는 무더위와 높은 습도로 땀 배출이 늘고, 위장관 질환에 따른 수분 손실까지 겹쳐 탈수 위험이 커진다. 박정하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탈수는 단순한 '수분 부족'이 아니라 체내 전해질 균형이 무너진 상태"라며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탈수가 어느 정도 진행된 신호이므로 목마르기 전에 물·이온음료 등 수분을 조금씩 자주 마셔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물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갑자기 마시는 건 피해야 한다. 박 교수는 "땀을 많이 흘린 뒤 물을 과하게 마시면 혈액 내 나트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저나트륨혈증(물 중독), 두통, 메스꺼움, 뇌부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고 경고했다. 갈증을 느끼기 전에 물·이온음료 등 수분을 조금씩 자주 나눠 마시되, 카페인·알코올 등 이뇨 작용을 촉진할 수 있는 음료는 과도하게 마시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 당뇨병 환자에게 여름철 탈수는 혈액을 농축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늘려 혈당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식사를 거른 상태에서 운동하거나 야외활동을 하면 저혈당에 빠질 위험도 커진다. 여기에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시원한 과일·음료를 자주 찾으면 혈당이 급격히 오르내릴 수 있다.
고온다습한 폭염에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수박·참외·복숭아·포도 등 수분이 많은 과일을 찾는 당뇨병 환자가 적잖다. 하지만 이혜진 이대목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과일은 비타민·식이섬유가 풍부한 건강식품이지만, 당류 함량이 높아 당뇨병 환자가 과도하게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며 "하루 1~2회, 적정량을 나눠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1회 권장하는 과일 섭취량은 참외 반 개, 키위는 1개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