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중독 환자 수가 5년 새 2배 이상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중독은 보통 수일 내 치유되지만 심하면 급성 신부전 등 중증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기온이 높고 습한 6~9월 발생이 집중되는 만큼 전문가들은 여름철 위생 수칙을 준수할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22일 질병관리청 표본신고 감염병 통계에 따르면 장관감염증(식중독) 환자 수는 2020년 1만4087명에서 2025년 3만143명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올해 28주(7월5~11일) 기준 환자 수는 2만335명으로 이미 2023년(2만638명) 전체 환자 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이는 표본감시에 따른 추세 확인용 수치로, 추후 수치는 조정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식중독 관련 질환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요인으로 △기온 상승과 기후변화 △배달 음식·밀키트·외식 소비의 증가 △바이러스의 사계절 유행 등을 꼽는다.
조영석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여름철 기온과 습도가 오르면 세균 증식 속도가 폭발적으로 빨라지고, 30~35℃ 조건에선 단 1마리의 균도 23시간 만에 수천 마리로 늘어날 수 있다"며 "배달 음식 등 조리 후 소비자가 섭취하기까지 상온에 노출되는 유통·배송 시간이 길어져 오염 위험도 커졌다"고 짚었다.
조 교수는 "현재는 단체급식 등 집단 식생활 확산으로 한 번 오염되면 대규모 환자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겨울철에 추로 발생하던 노로바이러스 감염도 최근 여름을 포함해 연중 유행하는 패턴으로 변화하면서 전체 (식중독)환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환자 수로 보면 식중독은 고온다습한 6~9월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전체 식중독 환자 중 6~9월 환자 비중은 △2023년 52%(4533명) △2024년 56%(4255명) △2025년 52%(4964명·잠정 수치)로 매년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은 살모넬라균, 병원성 대장균, 캄필로박터균, 장염비브리오균 등 다양하다. 대부분 오염된 육류·채소·과일·달걀 등의 섭취를 비롯해 제대로 세척되지 않은 조리기구 등을 통한 '교차 오염'을 거쳐 감염된다. 물도 여름철 상온에 오래 두면 상할 수 있어 반드시 냉장 보관에 신경 써야 한다.
설사나 복통 정도가 일반적인 증상이지만, 고열·혈변 등을 보이며 상태가 악화하면 항생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조현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증상이 나타났다면 물을 충분히 마시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며 "설사를 멈추기 위해 임의로 지사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몸속 독소 배출을 억제해 회복을 늦출 수 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쓰지 않는 걸 권한다"고 말했다.
특히 장출혈성 대장균(O-157)에 감염되면 합병증인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이 경우 △혈변 △소변량 감소 △빈혈 △얼굴과 다리 부종 △신장 기능 악화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난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회복하지만 일부 만성 신부전으로 진행되는 사례도 있다.
식중독 예방을 위해선 손씻기 등 위생 수칙을 제대로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무엇보다 영유아, 어르신, 만성질환자 등 면역 저하자는 식중독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조영석 교수는 "식재료를 씻을 땐 생채소를 먼저 씻고 생닭이나 생선은 맨 마지막에 씻어 물이 튀는 것으로 인한 오염을 막아야 한다"며 "육류는 중심 온도 75℃, 어패류는 85℃ 이상에서 1분 이상 충분히 익혀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