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생존율이 88.6%로 예후가 좋은 소아 뇌종양 '두개강내 배아종'이 완치 후 수십 년이 지난 시점에도 새로운 암(이차암) 등 치명적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왕규창 명예교수(현 국립암센터)·김승기·김경현 교수와 김일한 방사선종양학과 명예교수, 심영보 강북삼성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 연구진은 1983~2013년 두개강내 배아종으로 치료받은 160명을 평균 13.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두개강내 배아종은 소아청소년과 젊은 성인에게 주로 발생하는 뇌종양으로, 뇌의 송과체나 뇌하수체 주변에 생기는 생식세포종양이다. 연구 대상자의 진단 당시 평균 연령은 15.6세로 남성(77.5%)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항암·방사선 치료에 잘 반응해 예후가 좋지만 어린 나이에 치료받는 경우가 많아 이차암과 내분비 이상, 신경학적 장애 등 장기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분석 결과 환자들의 치료 후 5년과 10년 전체 생존율은 각각 93.8%, 88.6%로 양호했다. 기존 종양의 재발 누적 발생률은 치료 5년 이후 5.6%에서 안정화돼 더 이상 늘지 않았다. 또한 환자의 88.5%가 10년 후에도 양호한 기능 상태(KPS ≥ 60)를 유지했다.
반면 새로운 암이 발생하는 이차암 누적 발생률은 5년 0.6%, 10년 2.1%에서 멈추지 않고 치료 후 수십 년에 걸쳐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였다. 실제 이차암이 발생한 환자 14명은 최초 치료 후 평균 17.6년 만에 진단받았다. 교모세포종이 가장 흔했고 수막종 3명, 성상세포계 교종 2명 등이 확인됐다. 특히 이들 중 11명이 10대 청소년 시기에 최초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성장기 방사선 노출에 대한 각별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전체 사망 환자 31명 중 9명은 이러한 방사선 치료 후 발생한 이차 악성종양으로 사망했다. 후기 합병증의 여파로 치료 20년 뒤부턴 전체 생존율이 추가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장기 합병증도 다양했다. 환자의 19.5%는 호르몬 보충 치료가 필요했고 방사선 유발 혈관 질환(2.5%)으로 모야모야증후군이 발생해 뇌혈관 재건 수술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우울증·자살 등 정신건강 문제(5.0%)도 확인됐다.
치료 방법별로는 항암치료를 병행해 방사선 치료 범위와 용량을 줄인 환자군이 미병행군보다 더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항암치료 병행 시 원발 부위 평균 방사선량은 45.9그레이(Gy)로, 단독 방사선 치료(52.1Gy)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항암제 자체의 효과라기보다 방사선 노출을 줄여 얻은 복합적 효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재발률 증가 없이 전체 생존율이 크게 향상됐고 일상생활 기능도 더 잘 보존됐다. 다만 여러 시기에 걸친 연구인 만큼 치료법 발전이 장기 예후에 미친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부연했다.
김승기 교수(공동 1저자)는 "두개강내 배아종은 완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종양이지만 치료 후 수십 년이 지난 시점에도 이차암과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함께 살피는 20년 이상의 장기 생존자 관리 시스템과 세대를 이어가는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내용은 신경종양학 분야 국제 학술지 '뉴로온콜로지 어드밴스'(Neuro-Oncology Advances) 최신 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