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정과제인 요양병원 간병비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본인부담률을 100%에서 30% 내외로 낮추고 중증도가 높은 사람부터 단계적으로 우선 지원한다. 급여 대상 환자는 약 8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다만 의료적 필요도가 낮은 선택적 입원군 환자에는 본인부담률을 상향한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서울 중구 소재 로얄호텔서울에서 '요양병원 의료혁신 및 간병서비스 제도화 추진방향'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요양병원의 의료‧요양 국내외 실태조사 분석 내용과 정부의 추진계획을 공유했다. 장석용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융합보건의료대학원 교수가 지난 5월 11~22일 국내 227개 요양병원, 7167명의 간병인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환자 1인당 본인부담 간병비는 환자 4명당 1명의 간병인이 배치됐을 때 기준 35만~111만원이었다. 24시간 근무하는 직접 고용일 때 35만원, 도급 계약일 경우에는 72만원(24시간 근무)~111만원(3교대)이었다. 6대 1 배치일 때는 형태에 따라 21만~57만원이었다.
간병인력의 52%가 외국인이고, 이중 47%는 중국 국적이었다. 절반 가까인 48%는 자격증 미소지자였다. 간병인 3명 중 2명(68%)이 24시간 근무 중이며, 82%가 60대 이상으로 고령이 많았다.
간병인들은 최저임금 또는 그에 미달하는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6대 1 배치 기준 월 임금은 223만~293만원, 4대 1 배치 기준은 216만~280만원이었다.
요양병원 환자들의 23%는 의료급여 환자였고, 평균 재원일수는 150일가량이었다. 국가에서 의료비 지원을 받는 의료급여 환자들이 30% 더 오래 입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기준 국내 요양병원 병상 수는 65세 이상 인구 1000명당 32.3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많았다. 일본(8.0)의 4배 이상이다.
장 교수는 "현재 요양병원 병상이 너무 많고, 한국의 사적 간병비는 2022년 기준 10조원으로 추정됐다"며 "요양병원은 의료 기능이 강화되고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본연의 의료 기능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간병인의 열악한 노동환경 등을 어떻게 관리하고 지원할지, 간병비 부담이 질과 비례하는지 의문이 있다"며 "간병인과 간병서비스의 일정 기준과 질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부터 2030년까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후 본사업을 진행한다. 시범사업 대상은 최고도·고도 환자와 중도 환자 일부 약 8만5000명이다. 의료중심 요양병원 500개소 내외를 지정해 이들 병원에 입원한 중증도 이상 환자에 간병비를 지원한다. 장기요양 1~2등급 보유자, 희귀난치·중증질환자 등이 우선 적용 대상이다.
간병인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해 병원이 '직접 고용'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4인실을 한 간병인이 돌보도록 하고 3교대를 할 수 있도록 지향한다. 간병인 표준교육과정을 마련하고, 간병인력 매칭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일정 역량을 갖춘 요양보호사 등을 활용하고, 필요시 외국인의 간병 활동 방안도 검토한다.
불필요한 경증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은 억제한다. 이를 위해 경도 환자의 입원 의료비 본인부담률을 현재 20%에서 40%로, 선택입원군은 현재 40%에서 60%로 상향하는 게 정부 구상이다. 다만 불가피하게 장기 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별도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요양병원에도 환자 입원일수가 너무 길어질 경우 진료수가를 깎고 있는데 인하 비율을 더 높인다. 현재는 환자 입원일수가 180일 초과일 때 수가가 5% 인하되고, 270일 초과시엔 10% 인하된다. 이 수가 인하 수준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돌봄 필요가 있는 환자를 위해 퇴원환자의 지역사회 연계도 활성화한다. 정부는 올해 중으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제도화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은 "중증의 어르신들은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고, 가족과 보호자분들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요양병원을 만들기 위해 현장 중심 정책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요양병원 관계자들은 제도가 불합리하게 설정됐다고 반발했다. 안병태 대한요양병원협회 수석부회장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사업은 보편적이어야 한다. 차별적 선정은 불합리하다"며 "또 경도 선택입원군 환자 본인부담률을 올리면 보호자와 국민들의 요양병원 간병 접근성이 떨어지고 저항감이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요양병원 병상수가 많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는 대한민국이 노인의료에 앞서가는 정책일지 모른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요양병원을 줄이는 정책이 시행된다면 급성기 병원의 병상 부족이 심화되고 응급실 과밀 현상이 나타나며 가족 간병인 부담은 증가하고, 환자는 요양원과 병원을 반복하는 '핑퐁' 입원이 증가할 것"이라며 "재택의료나 방문 의료 인력 부족 현상도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