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늪 장기화' 공공병원…"역할 기반 보상구조로 전환해야"

홍효진 기자
2026.07.28 16:49

'방역 최전선' 지방의료원 적자 지속
"수가제도 개편·인력보상안 시급"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거점 공공병원 정책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지역의료를 지탱하는 공공병원의 재정 위기가 장기화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선 공공병원의 공익적 기능 유지를 위한 보상구조 개편 등 전반적 제도 변화가 시급하단 목소리가 이어진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거점 공공병원 정책 토론회에서 "지방의료원은 민간 의료기관 대비 (인력·경영 등 측면에서)생산력이 떨어지고 공공사업 차출 시 원내 고정비 지출 규모가 과도하게 확대된다"며 "공공의료 영역에 대해선 현행 진료량 기반의 보상을 탈피해 역할 기반 보상 구조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전국 41곳 지역거점 공공병원 중 39곳은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돼 관련 업무를 수행해왔다. '방역 최전선'에 있던 이들 병원은 일반 진료를 할 수 없게 되며 전문의 이탈과 적자가 지속됐다.

엔데믹(풍토병화) 전환 후 병상 가동률은 회복세지만 재정 악화는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분석한 '지역거점·특수목적 공공병원 재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의료원 35곳 영업손실은 약 5573억원, 자본잠식 기관은 2021년 8곳에서 2025년 18곳으로 늘었다. 적십자병원 6곳의 영업손실은 총 약 667억원, 전체 누적 손익은 959억원, 누적 차입금은 1132억원 규모에 달했다. 6곳 중 4곳(상주·인천·통영·거창)이 자본잠식 상태다.

정 교수는 "지역의사제와 맞물려서 봐도 지역 현장을 잘 배우고 필요한 경험을 쌓기 위해선 지방의료원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며 "현재 기능·재정 상태, 인구 소멸과 돌봄 전환 등을 고려한 미래 의료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기관)유형을 분류하고, 취약계층 진료를 보상지표로 반영하는 등 성과 보상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백주 을지대 의대 교수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거점 공공병원 정책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나백주 을지대 의대 교수는 이날 "공공병원 적자는 감염병 대응·의료취약지 필수의료 등 공익 수행 기능에 대한 고려 없이 민간 의료기관과 동일한 회계기준을 유지하는 게 근본적 문제"라며 "이에 따라 비수익 필수의료는 할수록 손실을 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 중증도 등에 따른 가산 및 총액의 5~10%를 성과로 보상하는 등 보완한 형태의 총액계약제(진료비 총액을 사전에 결정하는 계약 기반 구조)가 필요하다"며 "중장기 인력 운영 계획을 설계하고 공공의료기관에 맞는 회계 기준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경영 평가 지표 간소화와 절대평가 도입, 경영 악화 기관 대상의 개선 컨설팅 등 전반적 선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경훈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경영지원단장은 "공공병원은 규모와 상관없이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율을 54~55%로 유지해, 민간 종합병원(45~46%) 대비 원가통제성이 취약하다"며 "맞춤형 수가체계 개편과 전문의 확보를 위한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7년 연간 1조2000억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개편해 연간 3조60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지방의료원 보상도 공공기능 수행 성과를 기관 단위로 평가·보상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국립대병원을 서울 '빅5'(대형병원 5곳) 수준으로 육성하고 의료 AI(인공지능) 기반 진료 구조를 확립하겠단 계획도 내놨다.

이중규 복지부 공공의료정책관은 "통합돌봄 확대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정부도 공공의료원의 향후 역할과 기능을 어떻게 정립해갈지 지속해서 고민하고 있다"며 "지역 (의료)공백을 메울 수 있는 업무를 수행하면 이에 대한 기능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정하는 시범사업을 계획 중이다. 의료계 의견을 경청하고 적합한 대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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