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미용 의료기기 업체들이 "한의원엔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한의사 단체가 관련 사안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신고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 단체가 거래 중단을 강요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한의원의 미용 진료 확대에 대한 직역 갈등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의료기기 업체는 한의원 대상으로 자사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단 내용의 공지를 연이어 올렸다. 초음파 장비 '슈링크' 등을 주력 제품으로 둔 클래시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의원·치과 대상으로는 자사 의료기기를 유통·판매하지 않고 있다"며 "한의원과 치과에서 사용하는 당사 의료기기에 대해선 사후관리(A/S)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주파 장비 '써마지'로 유명한 솔타메디칼코리아도 "의사의 시술 목적에 한해 '써마지 FLX' 및 관련 소모품을 공급 중"이라며 "의료기관 형태와 무관하게 치과 및 한방 진료·시술용으로는 공급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업계에선 한의원에 유통되는 제품은 공식 판매 경로를 거친 게 아니란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자사 제품을 한의원에 판매한 적이 없다"며 "대리점 등 중고 거래 과정에서 한의원에 판매된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는 피부과에만 판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의사 단체는 '불공정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미 오랜 기간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해왔고, 관련 업체들이 판매 중단을 공지한 건 의사 단체의 압력 때문이란 주장도 나온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의사 단체 압력이 있었단 것은 협회 차원에서 파악한 내용"이라며 "한의협 법제팀에서 해당 사안의 공정위 신고를 검토 중으로, 정확한 신고 대상은 검토 이후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6년 의협 등 의사 단체 3곳은 2009~2012년 초음파 기기 판매사인 GE헬스케어 측에 한의사와 거래 중단을 강요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11억여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 대해선 의사 단체는 "거래를 방해한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한의사들의 무분별한 의료 영역 침범은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의협이 한의원과 의료기기 업체 간 거래를 막았단 한의협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의원은 피부 미용 분야로 진료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실제 서울·인천·경기 등 지역에 여러 체인을 운영 중인 한 대형 한의원은 통상 한의원에서 시행하는 침·부항 치료 없이 미용 시술만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해당 한의원 서울 지점에 문의하자 "고객들이 (미용 의료기기 판매 중단)관련 공지를 보고 우려하는 경우가 있지만 현재 (장비)공급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의료계에선 의료인 업무 범위에 대한 세부 지침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법상 한의사의 특정 의료행위에 대한 허용·금지 규정이 없어 사법적 판단에 맡겨왔는데, 정부가 기준을 마련해 현장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단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직역 간 의료업무 등을 심의하는 '업무조정위원회'를 상반기 중 신설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조정위에 참여 예정인 한 의료계 관계자는 "8월 안으로는 조정위가 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의료 현장 혼란을 줄이는 방향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