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민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의 줄임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케빈 브러프(34)는 미국 피츠버그의 로즈데일 기술대학에서 자동차 정비 기술자 교육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여름 입학한 그는 오는 11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브러프는 원래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해고 후 자동차 정비로 진로를 바꿨다.
인공지능(AI)에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과 실제 해고 경험이 맞물리면서 미국의 젊은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기술직 이른바 '블루칼라' 직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은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을 찾아 전공을 바꾸고,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은 자동차 정비·용접·전기 등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학교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브러프는 2015년 컴퓨터공학 학위를 받은 뒤 물류회사와 기업보험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다 지난해 5월 해고됐다. 해고 몇 달 뒤 전직 구글 최고경영자(CEO)의 강연을 듣고 AI의 코딩 능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실감했다.
그는 입학 전 자동차 바닥면을 본 적도 없었다. 이제는 좁은 공간에 손을 넣어 손끝의 감각으로 부품을 돌리고 조이는 일을 배운다. 적어도 앞으로 20년간 로봇이 이런 일은 하기 어려울 거라고 봤다. 브러프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떠나 다른 일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지금 이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자동차 정비 기술자와 목수, 전기공 등을 양성하는 비영리 교육기관. 데니스 윌키 총장은 최근 2년간 등록자가 50% 늘고 전화 문의도 80%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무직 출신 지원자 상당수가 AI에 대한 걱정 때문에 진로를 바꾼다고 설명했다.
30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포드의 '액셀러레이트 디 어센셜 이코노미' 컨퍼런스에서 짐 페어리 포드 CEO(최고경영자)는 AI 붐이 본격화한 '첫 단계'인 지금, 직업별로 받는 영향력의 차이가 매우 클것이라고 지적했다. 1일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그는 "당신이 문서 작업을 하든지, 콜센터에서 일하든지, 신입 프로그래머든지, 그 직업들은 분명히 대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6일 대구 서구 대구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99+DAY9(구)인9(구)직 만남의 날’을 찾은 구직자들이 현장면접을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6.08.26./사진=이무열](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0116063136620_1.jpg)
대학생들 역시 진로를 다시 고민하고 있다. 지난 8월 액시오스에 따르면 옥타비어스 잭슨(25)은 프레리뷰 A&M대에서 2년간 공부한 뒤 항공정비연구소(AIM)로 옮겨 항공기 기체·엔진 정비 자격증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이 일을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이라고 봤다.
컴퓨터과학을 전공하며 사이버보안 분야 취업을 희망하는 이바다트 산두(22)는 미국 교육 전문 매체 '헤칭거 리포트'에 초급 직무에도 2~3년의 경력을 요구하는 채용 담당자가 늘고, 인턴에게 요구하는 조건도 구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대학에 다닌 지 4년도 안 됐는데, 그런 경력은 어디서 쌓으라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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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대한 청년들의 불안은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8월 발표한 조사에서 미국의 18~29세 성인 73%는 향후 20년간 AI로 미국 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2024년 61%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단 숙련 기술직의 일자리가 도리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기술직의 고용 전망은 전체 직종 평균을 웃돈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전기공 고용이 2025~2035년 9%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같은 기간 전체 직종의 고용 증가율 전망은 3%다. WP는 데이터센터와 태양광 설비, 주택 건설 수요에 기존 기술인력의 은퇴가 겹치면서 숙련 노동자가 더 많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AI에 대체되기 어려운 블루칼라 기술직에 대한 2030 세대의 관심은 국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공항 지상직 취업을 준비 중인 20대 여성 조모씨(24)는 중국어를 전공했지만 "통역은 AI가 모두 해주기 때문에 관련 직업이 사라질 것 같다"고 2일 머니투데이에 밝혔다. 조씨는 통역·안내 등의 업무에 대해 "하루가 다르게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용접·전기 등 숙련기술 과정을 운영하는 서울 기술교육원에 따르면 용접 과정을 이수하는 청년 비중은 올해 상반기 약 60%까지 증가했다. 전기 분야 역시 30~40% 수준의 청년 비중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가 인용한 채용플랫폼 '캐치' 조사에서는 Z세대의 68%가 블루칼라 직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응답자의 87%는 조건이 맞으면 기술직에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