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모닝인사이트] 中 공중 물류

중국이 전력망 건설에 필요한 자재를 하늘로 운반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해당 기술을 이용하면 앞으로 도로가 없는 지역에 건설 자재를 운반하기 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시 도로 건설이나 케이블카 설치에 따른 생태계 파괴 논란도 피할 수 있다.
중국 국가전력망공사 산하 전력공정연구원은 지난달 21일 해발 4000m가 넘는 고산지역에서 2톤급 적재 계류기구 시험 운행에 성공했다. 헬륨의 부력으로 중량물을 들어 올린 뒤 지상에 연결된 여러 개의 케이블을 조절해 이동하는 방식이다. 기존처럼 산을 깎아 임시도로를 만들거나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않고도 송전탑 자재를 산 능선까지 운반할 수 있다.
중국 최초의 2톤급 적재 계류기구는 짱둥난(시짱자치구 동남부)~웨강아오다완구(광둥·홍콩·마카오) ±800kV(킬로볼트) 특고압 직류송전 프로젝트의 시짱 구간에서 시험운행에 성공했다. 직경 25m, 부피 8000㎥ 규모로 8층 건물과 비슷한 크기다. 헬륨의 부력으로 하중을 들어 올리고 지상 계류 시스템이 케이블을 동시에 감고 풀면서 기구의 높이와 수평 위치를 제어한다. 계류기구는 이번 시험 운행에서 최대 2톤의 송전탑 자재를 수평거리 500m, 수직 고저차 120m 범위에서 운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재를 자동으로 잡고 내려놓는 장치도 적용했다. 해발 4000m 이상의 고산지역에서 송전탑 자재를 산 능선까지 옮기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에 적용된 구간은 시짱 내에서도 해발 4000m 이상의 깊은 산악지역이다. 송전탑 대부분이 차량 접근이 어려운 가파른 산 능선에 들어서면서 자재 운송이 공사의 주요 난제로 꼽혔다. 중국과학원 공중정보혁신연구원에 따르면 기존에는 임시도로를 내거나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했지만 도로는 공사비와 생태 훼손 문제가 있고, 케이블카는 지형에 따라 설치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짱둥난~웨강아오다완구 ±800kV 특고압 직류송전 프로젝트는 총투자액 약 532억위안(약 10조9060억원) 규모다. 송전선로는 약 2681㎞에 달하며 중국 시짱·윈난·광시·광둥을 잇는다. 정격 송전용량은 1000만kW로, 전면 가동되면 매년 430억kWh 이상의 청정전력을 웨강아오다완구로 보낼 예정이다.
계류기구가 단순히 비행선의 부력만으로 2톤의 자재를 옮기는 것은 아니다. 고산지역은 공기가 희박하고 바람이 강해 기구가 흔들리거나 운송 경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장비에는 고강도 복합 소재 외피와 일체형 고정망을 적용하고 여러 개의 계류 케이블 장력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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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강풍에 따른 자세 불안정과 궤적 이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중 케이블 장력 자동조절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기구의 자세와 주변 바람에 따라 각각의 케이블 장력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송전탑 자재를 자동으로 잡고 내려놓을 수 있도록 양방향 800㎏ 흡인력을 가진 전자석 4개를 이용한 자동 적재·하역 기술도 적용했다.
이번 2톤급 기술은 지난해 진행한 500㎏급 실증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중국 허베이성 청더시 펑닝현의 1000kV 특고압 교류송전공사 현장에서 500㎏급 다중 케이블 계류기구를 이용해 약 300m 떨어진 송전탑 위치까지 자재를 운반했다.
당시 연구팀은 현장의 풍속과 풍향, 주변 장애물 등을 분석하고 7차례 설계 검토와 4차례 모의시험을 거쳤다. 그 결과 수평 이동 정밀도를 0.2m 이내, 수직 승강 오차를 0.1m 이내로 제어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추가 개발을 거쳐 적재능력을 500㎏에서 2톤으로 네 배 높였다.

비용 측면에서 계류기구의 경쟁력을 단순히 1회 운송비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현재 2톤급 계류기구의 제작비나 실제 운송 단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운송비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험준한 고산지역에서는 자재를 옮기는 비용에 앞서 운송을 위한 기반 시설을 만드는 비용이 발생한다. 임시도로를 만들려면 산악지형을 개간하고 토목공사를 해야 한다. 공사가 끝난 뒤에는 훼손된 지표와 식생을 복구해야 한다. 케이블카 역시 지주와 케이블, 정착시설 등을 설치해야 하고 산 능선의 지형과 경사에 따라 설치할 수 있는 구간이 제한된다.
계류기구는 이런 기반 시설을 대규모로 구축하지 않고 특정 지점에 설치한 뒤 작업이 끝나면 철수해 다음 송전탑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중국과학원 공중정보혁신연구원은 계류기구가 기존 케이블카보다 배치가 유연하고 지형 제약이 적으며 전환 작업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임시시설과 자재 투입을 줄여 고산지역의 공사비와 환경 영향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중량 드론과 비교해도 강점이 크다. 드론은 기동성이 높지만 배터리나 연료를 이용해 계속 비행해야 하고 고산지역에서 대형 자재를 장시간 운반하는 데 한계가 있다. 계류기구는 헬륨의 부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중량물을 들어 올린 상태로 오래 머물 수 있다. 반면 이동 거리가 제한되고 강풍 등 기상 조건의 영향을 받는 만큼 모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운송 수단은 아니다.
결국 계류기구의 경제성은 '1톤을 얼마에 운반하느냐'보다 '도로·케이블카 등 기존 운송 인프라를 새로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까지 포함했을 때 어느 방식이 유리하냐'의 문제에 가깝다. 중국과학원은 고저차가 크고 식생이 우거졌거나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어려운 복잡한 산악지역을 계류기구의 주요 적용 대상으로 제시했다.
계류기구 개발이 진행된 배경에는 중국의 전력망 투자 확대가 있다. 국가전력망공사는 올해 상반기 고정자산투자에 약 63조5500억원 이상을 집행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6%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15개 특고압 프로젝트와 37개 양수발전소 건설도 속도를 냈다. 국가전력망공사 운영지역의 신재생에너지 계통연계 설비용량은 6월 말 기준 15억5000만kW에 달했다.
특고압 송전망이 중국 서부·북부의 풍력·태양광·수력 등 청정에너지 발전지역에서 동부 전력 수요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산악지역을 통과하는 송전선로도 늘고 있다. 특히 시짱 등 고산지역에서는 송전탑 자재를 현장까지 옮기는 물류 방식 자체가 공사 효율과 환경 영향을 좌우할 수 있다.
전력공정연구원은 계류기구 하나에만 집중하지 않고 중량 드론과 운반용 비행선까지 함께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력공정용 저공 운송 기술팀을 구성해 중량 드론·계류기구·운반용 비행선을 핵심 장비로 하는 저공 운송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중량 드론은 이미 고산지역 전력공사에서 활용되고 있다. 올해 초 시짱 지역에서는 최고 해발 3766m의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최대 약 300㎏의 자재를 최대 2000m 거리까지 운반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최대 고저차가 약 1000m에 달하는 현장에서 도로를 새로 내지 않고 자재를 운반하는 방식이다.
계류기구는 이보다 더 무거운 자재를 장시간 운반하는 역할을 맡는다. 연구팀은 향후 톤급 운반용 비행선의 구조 설계와 동력·자세 제어, 운송 시공 기술도 연구할 계획이다. 하나의 장비로 모든 물류 수요를 해결하기보다 지형과 운송거리, 적재중량에 따라 중량 드론과 계류기구, 비행선의 역할을 나누는 방향이다.
왕훙즈 중국 국가에너지국 국장은 지난달 1일 베이징에서 열린 '신형 전력망 건설 업무회의'에서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기간 중국의 전력 수요는 연평균 5% 안팎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신에너지 발전 비중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첨단 산업의 친환경·고품질 전력 수요가 꾸준히 늘고 새로운 사업 모델과 산업 형태가 빠르게 등장하는 가운데 핵심 기술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신형 전력망 건설에 더 높은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며 "신형 전력망 건설은 신에너지 발전 등 상류 프로젝트와 산업·상업시설, 주민 등 하류 전력 수요를 연결하고 관련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며 투자 규모도 막대하다. 현재의 투자 확대와 장기적인 산업 구조 조정에 중요한 뒷받침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