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키우고 퍼뜨리는 '주변 지방세포' 공략…항암제 내성 극복 길 열렸다

정심교 기자
2026.08.04 08:57

국립암센터·UNIST, 유방암 성장·전이 돕는 지방세포 조절인자 규명
종양 성장 최대 56% 감소…향후 난소암·췌장암·전립선암 적용 기대

암세포가 아닌 '주변 지방세포'를 공략하는 전략으로 유방암 항암제 내성을 극복할 새 길이 열렸다.

4일 국립암센터(원장 양한광) 표적치료연구과 공선영 교수 연구팀과 UNIST(총장 박종래) 생명과학과 강병헌 교수 연구팀은 암세포가 아닌 암 주변 지방세포를 표적으로 유방암 항암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단백질 TRAP1이 유방암 주변 정상 지방세포가 암 연관 지방세포(Cancer-Associated Adipocyte, CAA)로 변화하는 과정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임을 규명하고, 이를 억제할 경우 종양 성장을 줄이고 항암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소기관으로 '세포의 발전소'라고 불리며 세포의 생존과 성장, 대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암세포와 암 주변 세포의 기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TRAP1은 미토콘드리아 안에서 다른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돕는 단백질이다.

암 연관 지방세포란, 암세포와 가까워지면서 성질이 변한 지방세포로, 종양의 성장·전이·항암제 저항성을 촉진한다. 이번 연구에서 TRAP1은 지방세포가 암 연관 지방세포로 변화하는 과정의 핵심 조절인자란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기존 치료 전략에서 나아가 암을 둘러싼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을 함께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한 성과로 평가된다. 연구 결과는 생화학·분자생물학 분야 328개 학술지 가운데 영향력지수(IF) 81.2로 1위를 기록한 세계 최고 권위 국제학술지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신호전달 및 표적치료)에 게재됐다.

교신저자 (좌) 국립암센터 표적치료연구과 공선영 교수, (우) UNIST 생명과학과 강병헌 교수.

유방암 주변의 정상 지방세포는 암세포의 영향을 받으면 '암 연관 지방세포(CAA)'로 변화한다. 이렇게 변화한 지방세포는 암세포에 영양분과 성장 신호를 공급해 종양의 성장·전이를 촉진하고, 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높여 치료 효과를 떨어뜨린다.

연구팀은 암 연관 지방세포(CAA)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포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가 활발하게 작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미토콘드리아 단백질인 TRAP1이 지방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고 암 촉진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또 생쥐의 지방세포에서 TRAP1을 제거하자 지방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감소했고, 암을 돕는 지방세포로의 변화도 억제됐다. 그 결과 종양 성장은 최대 56%까지 감소했으며, 기존 유방암 항암제를 함께 투여했을 때 항암 효과가 더욱 향상되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어 TRAP1을 억제하는 물질인 가미트리닙(Gamitrinib) SB-U015를 기존 항암제와 함께 투여했을 때 항암 효과가 크게 향상되는 것도 확인했다. 이 중 SB-U015은 TRAP1의 기능을 억제하도록 개발 중인 경구용 후보물질로, 기존 항암제와 병용 시 항암 효과를 높이고 항암제 내성을 극복할 가능성이 확인된 신약 후보물질이다.

특히 먹는 약 형태로 개발 중인 SB-U015는 뚜렷한 독성 없이 항암제의 종양 억제 효과를 극대화해 항암제 내성을 극복할 유망한 치료 후보물질로 확인됐다. 공동 교신저자인 강병헌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를 UNIST 교원창업기업인 '스마틴바이오'에 기술이전해 후속 항암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제1저자 (좌측) UNIST 생명과학과 윤남구 연구원 (우측) UNIST 생명과학과 김소연 연구원.

연구책임자인 공선영 국립암센터 표적치료연구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방암 미세환경에서 지방세포가 항암제 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규명한 성과"라며 "기존 항암제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전략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향후 TRAP1 표적치료제의 임상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공동 연구책임자인 강병헌 UN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세포가 아닌 암을 둘러싼 정상 지방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조절해 항암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암세포와 주변 종양 미세환경을 함께 겨냥하는 차세대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치료 전략이 유방암뿐 아니라 난소암·췌장암·전립선암과 같이 지방조직과 인접하여 발생하는 다양한 암종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TRAP1 억제제의 임상적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후속 연구도 수행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국가신약개발사업·국립암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논문 제목은 '암 연관 지방세포의 종양 촉진 기능은 미토콘드리아 샤페론 단백질 TRAP1에 의존한다'으로, UNIST 생명과학과 윤남구·김소연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 공선영 국립암센터 표적치료연구과 교수와 강병헌 UNIST 생명과학과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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