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NS에 갇힌 아이들…자살 늘어난 10대, 40%가 '대인관계' 호소

정기종 기자, 박미주 기자, 박정렬 기자
2026.08.08 06:20

[MT리포트]자살 줄어든 대한민국, 희망 이어가려면③

[편집자주] 이재명 정부가 자살 예방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국가자살대응실도 신설한다. 다행히 증가세였던 한국의 자살 사망자 수는 지난해부터 감소세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8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자살 사망자 수는 2003년 이후 2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2024년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인 조자살률은 29.1명,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26.2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자살률 10.8명 대비 2.4배에 달한다. 청소년 자살도 증가세다. 이에 '자살 없는 희망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짚어봤다.

지난해 4분기 19세 이하 자살 사망자 37% 증가…올해 1분기도 6% 늘어

전체 자살 사망자가 감소하는 가운데 19세 이하 청소년은 반대 흐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과 교우관계 등 기존 스트레스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비교와 사이버폭력, 딥페이크 성범죄 등이 겹치면서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고의적 자해로 사망한 19세 이하는 96명으로 전년 동기 70명보다 26명(37.1%)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86명으로 전년 동기 81명보다 5명(6.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자살은 사망원인통계 기준 10대 사망 원인 1위다.

같은 기간 전체 자살 사망자는 줄었다. 전체 연령의 자살 사망자는 2024년 4분기 3505명에서 지난해 4분기 3215명으로 8.3%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3069명으로 전년 동기 3492명보다 12.1% 줄었다. 60대 이하 연령대 가운데 두 비교 시점에서 모두 자살 사망자가 증가한 것은 19세 이하뿐이다.

아동·청소년은 절대 사망자 수가 적어 작은 변화도 큰 증감률로 나타날 수 있지만, 전체 감소 흐름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는 점에서 청소년이 처한 위험요인을 별도로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적·친구관계 압박에 SNS 비교·폭력 겹쳐…온라인에서 시작된 갈등 하교 후까지

청소년 자살은 우울과 불안, 학업 부담, 가족 갈등, 또래관계와 학교폭력, 경제적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최근에는 SNS가 기존 위험요인을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증폭하는 통로로 지목된다.

청소년기는 또래의 인정과 소속감이 중요하고 외모와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다. SNS의 '좋아요'와 팔로워 수, 외모·성적·경제력 비교, 단체대화방에서의 배제와 조롱이 큰 정서적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SNS에서 제공되는 여러 가지 비교와 거기에 참여해야 한다는 압박, 그 안에서의 좌절에서 아이들이 빠져나오기 어렵다"며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이를 각자 해석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갈등은 하교 후에도 끝나지 않는다. 단체대화방에서 특정 학생을 배제하거나 익명 계정으로 비방하는 사이버폭력은 가정까지 따라온다. 사진과 영상을 조작한 딥페이크 성범죄물은 빠르게 복제·유포돼 피해자가 학교 밖에서도 불안과 수치심을 피하기 어렵게 한다.

피해 학생이 휴대전화를 끄거나 SNS를 떠나기도 쉽지 않다. 또래 집단과의 연결이 끊기거나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더 퍼질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추천 알고리즘이 자해나 극단적 다이어트, 절망감을 부추기는 게시물을 연이어 노출하면 취약한 청소년의 생각과 행동을 악화시킬 수 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SNS 이용이 수면을 잠식해 정서 조절 능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청소년 자살 예방 상담 시스템 호소 문제 1위는 대인관계(39.4%)…가족갈등 12.6%로 뒤이어

실제 상담 현장에서도 청소년의 고민은 대인관계와 학업 등에 집중됐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운영하는 청소년 자살 예방 상담 시스템 '다 들어줄 개'를 통해 지난해 상담이 종결된 4만212건을 분석한 결과, 대인관계가 1만5830건(39.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족갈등 5051건(12.6%) △학업·진로 4589건(11.4%) △폭력·학대 1977건(4.9%) △성·중독 1304건(3.2%) 등이 뒤를 이었다. 기타 문제는 1만1461건(28.5%)이었다.

이지영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본부장은 "청소년들이 가장 죽고 싶을 때는 성적과 친구 관계 때문"이라며 "상위 몇 퍼센트 안에 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개인마다 다른 삶의 행복과 만족의 기준을 없앴고 SNS도 여기에 크게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스마트폰 압수·SNS 일률 금지, 해결책 아냐…위험군 치료 연계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빼앗거나 SNS 이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플랫폼은 자해·자살 관련 게시물이 반복적으로 추천되거나 자동 재생되지 않도록 하고, 야간 알림 등 청소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기능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폭력과 불법 합성물 피해에는 신고·삭제와 가해자 분리, 수사·법률지원, 정신건강 치료가 함께 제공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학교의 정신건강 검진도 검사 자체보다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는 견해다. 위험군을 찾아내고도 상담이나 치료까지 장기간 기다리면 조기 검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첫 번째는 자살위험 신호를 발견한 뒤 실제 치료까지 빠르게 연결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학교에서 검사만 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고위험 학생에게 당일 또는 수일 이내 전문평가를 제공하고 치료를 거부하거나 중단하지 않도록 사례관리자를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과 학교에서도 주변과 단절되거나 수면 습관이 급격히 바뀌고 죽음에 관한 말을 반복하는 등의 위험 신호를 살펴야 한다. 위기 징후가 나타나면 당사자에게 자살 생각이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믿을 만한 어른과 전문기관에 연결해야 한다.

조철현 고려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죽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직접 묻는 것이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묻지 않다 보니 자살을 놓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어 "또래에게는 비밀을 지켜주는 것이 우정이 아니라, 믿을 만한 어른에게 연결하는 것이 친구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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