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SH코리아가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치료제 '로미플레이트'(성분명: 로미플로스팀)를 앞세워 국내 전문의약품 사업 확대에 나선다. 기존 면역억제요법에 실패한 뒤 사용하던 로미플레이트가 첫 치료부터 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하면서다. DKSH코리아는 이를 계기로 인허가와 약가·급여, 마케팅, 유통을 아우르는 전문약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DKSH코리아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로미플레이트의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1차 치료 급여 확대에 따른 임상적 의미와 향후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DKSH코리아 헬스케어 사업부가 국내 사업을 시작한 이후 언론을 공식 초청한 첫 행사다.
로미플레이트는 골수 내 조혈모세포를 자극해 혈소판과 적혈구, 백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트롬보포이에틴 수용체 작용제(TPO-RA)다. 이달 1일부터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성인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환자 가운데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 불가능하거나 적합한 공여자가 없는 경우 급여가 적용됐다. 항흉선세포글로불린(ATG)·사이클로스포린(CsA)과 병용하는 조건이며 급여 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기존에는 최소 6개월간 면역억제요법을 받았지만 반응하지 않거나 면역억제요법을 받을 수 없는 환자에게만 급여가 인정됐다. 이번 확대로 면역억제요법 실패 이후 로미플레이트를 투여하던 것에서 첫 치료부터 세 약제를 병용하는 방식으로 치료 시점이 앞당겨졌다.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기존에는 면역억제요법 이후 반응하지 않거나 반응을 잃어 다시 수혈에 의존하게 된 뒤 로미플레이트를 사용했다"며 "첫 치료부터 병용하면 환자가 수혈에서 벗어나고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급여 확대의 근거가 된 임상에서는 한국·일본·대만의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 17명에게 ATG·사이클로스포린·로미플레이트를 병용했다. 치료 27주 시점 혈액학적 반응률은 76.5%였다. 치료 전 수혈이 필요했던 16명 가운데 13명(81.3%)은 수혈 비의존 상태에 도달하거나 수혈 요구량이 줄었다.
후속 관찰연구에서는 최대 5년 시점까지 혈액학적 반응률이 86.7%로 나타났다. 새로운 염색체 이상이나 급성골수성백혈병(AML),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으로의 진행도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환자 수가 적고 기존 치료법이나 다른 TPO-RA와 직접 비교한 연구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현재 로미플레이트를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1차 치료에 급여 적용한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마련된 전문가 권고안에 따라 적합한 공여자가 없는 40~55세 환자에게 면역억제요법과 TPO-RA 병용을 적극 권고하고, 55세 이상에서는 병용요법을 우선 고려하도록 했다.
장 교수는 로미플레이트의 급여 진입으로 조혈모세포이식과 면역억제요법 사이에서 환자의 선택지가 넓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식은 완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감염과 이식편대숙주질환 등 합병증 위험이 있다. 다만 병용요법이 이식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며 연령과 공여자 유무, 전신 상태 등을 종합해 치료법을 결정해야 한다.
경제적 부담도 줄어든다. 로미플레이트는 1바이알 가격이 약 36만원으로, 급여 확대 전 1차 병용치료에 사용하면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했다. 앞으로는 산정특례에 따라 본인부담률이 10%로 낮아진다. 다만 실제 부담액은 환자 체중에 따른 투여량과 치료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최대 6개월로 제한된 급여 기간은 향후 과제로 지목됐다. 장 교수는 "3개월보다 6개월 투여했을 때 결과가 좋다는 근거는 있지만 6개월이 최적의 기간인지 확인한 비교 연구는 부족하다"며 장기 투여 자료 축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DKSH코리아는 이번 급여 확대를 국내 전문약 사업 강화의 계기로 삼는다. 회사는 2024년 고혈압 치료제 '아타칸'을 시작으로 한국쿄와기린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며 제품군(포트폴리오)을 확대했다. 올해는 노바티스와 신규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브리지바이오파마가 개발한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ATTR-CM) 치료제 '아트루비'의 국내 허가와 판매도 담당할 예정이다.
DKSH코리아는 단순 유통을 넘어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인허가와 시장 진출 전략, 약가·급여, 영업·마케팅까지 전문약 사업 전반을 수행하고 있다. 로미플레이트 급여 확대도 한국쿄와기린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추진했다.
김정란 DKSH코리아 대표는 "앞으로도 국내에 아직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혁신적인 의약품을 발굴하겠다"며 "DKSH가 보유한 인허가와 급여, 마케팅, 유통 역량을 활용해 환자에게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