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2주년을 맞았다. 통상 신약 출시 3년 차에 폭발적인 매출 증가가 가시화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3억달러(약 4200억원)를 돌파한 렉라자의 추가 성장이 기대된다. 특히 렉라자 병용요법의 장기 전체 생존기간 데이터가 확인되면 매출 성장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렉라자는 2024년 8월19일 국산 항암제 중 처음으로 FDA의 품목 허가를 획득하며 미국 시장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2024년 12월에는 유럽위원회(EC)의 허가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영국, 일본, 캐나다, 중국에서 연이어 승인을 획득했다. 유럽에서는 스위스, 영국, 이탈리아, 독일, 폴란드 등에서 보험 급여 등재를 마쳤다.
이를 통해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존슨앤드존슨(J&J)과 기술수출 계약 체결 이후 누적 마일스톤 수령액 3억달러를 달성했다. 미국 마일스톤 6000만달러, 중국 4500만달러, 유럽 3000만달러, 일본 1500만달러 등이다. 향후 글로벌 판매 목표 달성에 따라 수령할 잔여 마일스톤은 6억5000만달러(약 9100억원)다.
마일스톤과 별개로 순매출액의 10% 이상으로 알려진 경상기술료(러닝 로열티)는 유한양행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매출 확대에 따라 매분기 수령하는 로열티 금액은 올해 1분기 54억원, 2분기 70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향후 매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창출할 동력이 되고 있다.
실제 이 같은 기술료와 해외 사업 성장에 힘입어 유한양행은 지난해 연간 매출 2조2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2분기에는 연결기준 매출 6395억원, 영업이익 669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글로벌 신약의 상업화 과정에서 출시 초기 1~2년은 각 국의 병원 약사위원회(DC) 심사 통과, 지역별 보험 등재, 의료진의 처방 적응 등 시장에 정착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반 다지기' 기간에 해당한다. 렉라자 역시 글로벌 거점 국가들의 처방 네트워크 구축이 완료되는 시점과 맞물려 실적 성장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J&J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올 상반기 글로벌 누적 매출은 5억4600만달러(약 7500억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약 70%에 달하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J&J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내년 글로벌 매출 목표를 약 50억달러(약 7조원)로 제시했다.
렉라자 병용요법의 시장 침투력은 향후 발표될 호재들로 더 강화될 전망이다. 우선 환자의 생존 기간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 데이터가 아직 도출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현재 임상(마리포사) 참여 환자들의 생존율이 50%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어 mOS 발표 시점이 늦어지고 있는데, 발표가 지연될수록 기존 표준 치료제(타그리소) 대비 생존 기간이 대폭 연장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밖에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렉라자 병용요법을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최선호 요법으로 등재하며 표준치료제가 된 점 △리브리반트의 피하주사(SC) 제형 승인 △미국 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J코드' 부여 등으로 처방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원 iM증권 연구원은 "J코드 발효에 따른 실제 매출 증대 효과는 올해 3·4분기 이후부터 확인할 수 있다"며 렉라자의 가치를 기존 7조6000억원에서 7조8000억원으로 상향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성공으로 확보한 풍부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차세대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매출액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해 오던 기조를 20% 수준까지 상향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신약 개발의 결실을 환자와 사회에 환원하는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 정신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겠다"며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통해 고부가가치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다시 R&D와 사회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모델을 구축해 냈음을 증명해 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