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심하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살인 모기'가 전국을 휘젓고 있다. 정부가 지난 13일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를 내리면서 모기물림에 특히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보는 질병관리청이 채집한 '얼룩날개모기'에서 말라리아 원충을 발견한 데 따른 것인데, 올여름 역대급 폭염에 자취를 감췄던 모기가 뒤늦게 기승을 부릴 전망이어서 말라리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때다.
그간 말라리아는 전 세계적으로 열대·아열대 지역,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에서 흔히 발생했으며, 심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과연 말라리아는 무엇이고, 인체에 얼마나 위험한 걸까.
말라리아는 '플라스모디움(Plasmodium)'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된 암컷 얼룩날개모기가 사람을 물 때 전파되는 모기 매개 감염병이다. 이 기생충은 사람의 혈액으로 들어가 간에서 증식한 후 적혈구를 감염시켜 증상을 유발한다.
말라리아를 유발하는 플라스모디움 기생충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사람을 감염시키는 주요 종으로는 △열대열 말라리아 △삼일열 말라리아 △사일열 말라리아 △난형 말라리아 △원숭이열 말라리아 등이 있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전국에 말라리아 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25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보건환경연구원 매개체감염병과 실험실에서 연구사가 채집한 모기를 살펴보고 있다. 2026.06.25. amin2@newsis.com /사진=전진환](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8/2026082014551527388_2.jpg)
이들 기생충에 감염된 모기에 사람이 물리면 기생충이 사람의 혈류를 통해 간으로 이동해 간세포 내에서 무성생식을 통해 증식한다. 이후 간세포가 파열되면서 '메로조이트(merozoite)'라는 형태로 혈액 내로 방출된다. 메로조이트는 적혈구에 침입해 다시 증식하며 적혈구를 파괴한다. 이런 '적혈구 파괴'가 주기적으로 일어나면서 특징적인 발열과 오한 증상이 나타난다. 일부 메로조이트는 암컷·수컷 생식모세포(gametocyte)로 발달하는데, 모기가 사람의 피를 다시 빨 때 모기 몸에 들어가면서 전파 주기를 이어간다.
말라리아 기생충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게 '열대열 말라리아'다. 열대열 말라리아에게 감염되고도 치료받지 않으면 뇌 말라리아, 급성 신부전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문제는 열대열 말라리아에 걸렸더라도 독감으로 오진하기 쉽다는 점이다. 열대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왔거나 생활하다가 귀국했을 때는 반드시 담당 의사에게 여행력을 알려 열대열 말라리아를 상기하게 해야 진단 방랑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행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 말라리아'로, 비교적 가벼운 임상 증상으로 나타난다. 국내에선 1970년대 중반까지 삼일열 말라리아가 퍼져있었지만, 이후 소멸했다가 1993년부터 창궐했다. 삼일열 말라리아는 주로 경기도 북부, 휴전선 부근에서 잘 발견된다. 질병청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말라리아 위험지역인 경기 파주시·연천군에서 채집한 얼룩날개모기에서 삼일열 말라리아 원충의 유전자를 찾아냈다.
말라리아를 방치하면 장기들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의식 저하, 황달, 호흡곤란, 혈뇨, 핍뇨(소변량이 크게 줄어듦), 저혈압 등 증상이 나타나다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매년 1억5000만명이 말라리아로 진단받는데, 아프리카 대륙에선 매년 5세 미만 어린이가 말라리아로 100만명 넘게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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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라리아의 치명적 위험성을 생체실험으로 알아내려 한 역사적 시도가 최근 드러나면서 충격을 준다. 지난 17일 일본 교도통신,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일전쟁(1937∼1945년) 당시 일본 육군군의학교 군의관이 정신질환으로 입원 중이던 자국군 병사를 대상으로 말라리아 감염 인체실험을 했다는 기록이 발견되면서다.

일본 메이지가쿠인대학 국제평화연구소의 마쓰노 세이야 연구원이 확인한 논문에 따르면 1940년 육군군의학교 군의관은 말라리아에 이미 걸린 일본군 병사의 피를 빤 모기를 준비한 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자국(일본) 병사 10명을 물게 했다. 이후 발병 여부를 조사했더니 10명 중 5명에게서 말라리아 감염으로 인한 40도 이상의 고열, 두통, 전신 통증, 식욕부진 등이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중국에서 일본군 병사 상당수가 말라리아에 걸렸는데, 이들이 귀환한 뒤 일본 내 말라리아가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명목으로 생체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악명 높은 일본군 생체실험 부대인 731부대의 부대장 이시이 시로가 해당 실험의 지휘·감독에 관여했다는 기록도 나왔다. 마쓰노 세이야 연구원은 "인간을 단순한 '연구 재료'로 취급한 사고방식을 보여준다"며 "731부대가 자행한 생체실험과도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말라리아 치료약은 예상되는 기생충(원충)의 약 내성을 고려해 처방된다. 대표적인 게 클로로퀸(chloroquine)인데, 가격이 싸면서 치료효과도 좋았다. 하지만 점차 클로로퀸에 내성을 보이는 기생충이 늘고 있어 의학계의 고심이 깊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폭염 후 말라리아 매개모기가 늘 수 있는 만큼 위험지역 주민과 방문자는 매개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야간 활동을 자제하고 폭이 넓은 긴 옷을 착용하며, 기피제와 방충망(모기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발열·오한 등 말라리아 감염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보건소나 의료기관을 방문해 신속히 검사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