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난청 환자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난청은 뇌 기능 저하 요인으로도 지목되는 만큼 노인성 난청을 비롯해 생애 전주기적 관리 체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송재진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오는 9일 '귀의 날'을 맞아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대한이과학회 대국민 귀 건강 포럼'에서 "20년 이상 쌓인 대규모 연구 결과 난청이 치매 위험을 높인단 일관된 결론이 나오고 있다"며 "난청을 노화에 따른 흔한 질환으로 보고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난청은 말이나 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을 겪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청이 의심돼 의료기관 진료를 받은 국내 환자 수는 2022년 약 74만명에서 2025년 82만명으로 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50년 전 세계 인구 4명 중 1명(25억명)꼴로 난청을 앓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난청은 곧 뇌 기능과도 연결된다. 귀로 듣는 소리가 흐릿해지면 정보 해독에 뇌 자원이 과하게 소모돼 기억과 사고 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뇌의 청각·기억 영역이 위축되고 대화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사회적 고립·우울감까지 야기하게 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이 성인 639명을 12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 따르면 난청 정도가 경도인 경우 1.9배, 중등도는 3배, 고도는 4.9배가량 치매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국 내 대규모 코호트(동일 집단) 기반의 연구(ARIC-NCS)에서도 새로 발생한 치매 원인의 32%가 난청이란 결과가 보고됐다.
송 교수는 "TV 소리를 키워 시청하거나 자주 되묻고, 소음 속 대화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청력 검사를 받으란 신호"라며 "60세 이후부턴 1~2년마다 검사를 받으면서 정기적으로 수치를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보청기·인공와우 등 청각 재활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난청이 있더라도 보청기 사용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국가별 보청기 착용률 통계에 따르면 보청기가 필요한 국내 난청인 중 보청기를 쓰는 비율은 12.6%에 불과했다. 덴마크 55%, 영국 52.8%, 노르웨이 49.1% 등 약 4분의1 수준이다.
문일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보청기는 안경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감각 기능 저하를 해결하는 도구"라며 "난청 환자가 청각 재활 도구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청각 재활이 뇌 기능 저하를 일정 수준 막을 수 있단 연구 결과도 나온다. 2023년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고위험군에서 보청기 등을 사용한 결과, 인지 저하 속도가 약 48%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속 연구에서도 보청기 사용군에선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3년간 유의하게 감소했고, 인지 저하 예측 위험이 높을수록 보청기 사용에 따른 이득이 크단 결과가 나왔다.
현장에선 생애 전주기에 걸친 청력 관리 모델이 필요하단 제언도 나왔다. 이동희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난청은 그 자체의 불편함보다도 의사소통 장애나 사회 참여 제약 등 이차적 문제를 유발한다"며 "난청인의 균형 잡힌 삶을 위해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언어 발달(영유아), 지식 습득(학동기), 노동(성인기), 소통(노년기) 등 연령별로 중요한 청력의 역할을 구분해 세분화한 청각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의 신생아 95% 이상이 청각 선별검사(난청 등 청각 이상 확인)를 받지만, 진단된 아이들에 대한 추적 관리 시스템이 부족하다. 이를 보완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