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은 5년 상대생존율이 17%에 그치는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다.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증상이 나타나도 다른 소화기 질환과 증상이 유사해, 발견했을 땐 이미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흡연·당뇨병·가족력 등 위험 요인이 있다면 적극적인 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 가능성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10일 보건복지부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2023년 췌장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17%에 그친다. 같은 기간 전체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73.7%)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소화 효소와 인슐린 등 혈당 조절 호르몬을 분비하는 췌장은 위 뒤쪽, 몸 중심부 깊은 곳에 있는 장기다. 문제는 이 같은 위치 때문에 건강검진이나 복부 초음파 검사로는 초기 병변 확인이 어렵단 것이다. 종양 크기가 상당히 커져야 췌장 인근 신경이나 혈관을 침범하면서 상복부 통증이나 등 쪽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초기엔 소화불량, 가벼운 복통, 속쓰림 정도로 나타나 흔한 위장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
실제 국가암정보센터의 요약병기별 생존율 통계 기준 췌장암 환자의 43%가 진단 당시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원격전이)에서 처음 발견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갑상선·폐·대장암 등을 비롯한 주요 암종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환자가 약 20~30%에 불과해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는 흡연·당뇨병·만성췌장염·가족력 및 육류와 지방이 많은 식습관 등이 꼽힌다. 특히 흡연은 현재까지 췌장암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것 중 가장 확실한 요인이다. 실제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췌장암 발생 위험이 3배가량 높고, 흡연이 원인이 되는 췌장암은 전체 발생의 약 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력도 발병 위험을 높인다. 김완배 고려대구로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가족력은 췌장암 발생 원인의 약 10%를 차지한다"며 "직계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2명인 경우 췌장암 발생 위험이 6.4배, 3명인 경우엔 32배까지 높아진단 보고가 있다. 직계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2명 이상이라면 전문의와 상담해 주기적인 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병이 진행될 때의 신호는 △특별한 이유 없이 단기간에 감소하는 체중 △눈과 피부가 노랗게 변하고 소변 색이 진해지는 황달 △기름지고 냄새가 심한 변을 보는 지방변 △갑자기 혈당이 조절되지 않고 당뇨병이 새로 생기는 경우 등이 있다. 천영국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특히 가족력이 없던 사람에게 당뇨병이 갑자기 생기거나 기존 당뇨병의 (혈당) 조절이 급격히 어려워진다면 췌장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췌장암 치료는 진행 정도와 위치, 전신 상태 등에 따라 수술·항암치료·방사선치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행한다. 최근엔 수술이 어려운 국소 진행성 췌장암에서도 다양한 치료 전략이 적용되는 등 치료 환경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항암치료를 우선 시행해 종양 크기를 줄이거나 진행을 억제한 뒤, 수술을 시행하는 '선항암 치료'를 통해 이전엔 수술이 어려웠던 환자도 수술 기회를 얻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 금연이 중요하다. 담배를 끊는 것만으로도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나친 음주를 피하고 적색육이나 가공육 섭취를 줄이는 등 균형 잡힌 식습관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췌장암은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지만 의료 기술 발전으로 수술 후 사망률이 크게 낮아졌고,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생존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며 "췌장암을 진단받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