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를 복용한 후 시력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미국 환자들이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오젬픽·위고비·젭바운드 등 GLP-1 계열 약물 복용 후 '비동맥염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이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소송을 당한 제약사는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다.
비동맥염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은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가 줄면서 갑작스럽게 시력이 떨어지거나 상실되는 질환이다. 손상된 시력이 영구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미셸 페넬(53)은 책상에 앉아 일하던 중 오른쪽 눈이 무겁고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을 겪었다. 갑자기 주변 시야가 좁아지면서 마치 어항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정면만 보이고 오른쪽이나 아래쪽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두 달 전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해 오젬픽을 투여하기 시작했던 그는 의사로부터 비동맥염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 진단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남은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즉시 오젬픽 복용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특정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들 사이에서 허혈성 시신경병증 발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일부 연구 결과가 있지만, 약물이 해당 질환을 유발하는지 여부나 인과관계는 아직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다.
제약사들은 약물이 원인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해 6월 비동맥염성 전방 허혈성시신경병증을 세마글루티드의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판단하고, 오젬픽과 위고비 등 세마글루티드 함유 의약품의 제품 정보에 관련 경고를 추가하도록 권고했다.
영국·일본·호주 등에서도 관련 경고나 정보가 부착됐으며, 덴마크에서는 오젬픽이나 위고비 투여 후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시신경병증을 겪은 환자들에게 보상금이 지급되기도 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2024년 말 관련 가능성을 인지한 뒤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아직 미국 내 라벨에는 별도의 경고가 부착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