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인 줄 알았는데 '기생충 알' 박혀있었다…"민물게장·생간 섭취 주의"

홍효진 기자
2026.10.12 08:48

전영정 삼성서울병원 교수 '폐흡충증' 사례 보고
"기생충 감염, 감별 진단에 포함해야"

현미경으로 관찰한 폐흡충증알 단면. /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60대 A씨는 수개월간 가래에 피가 섞여 나와 지역 의료기관을 찾았다. 검사 결과 우측 폐 하엽에서 18㎜ 크기의 결절과 1.5ℓ가량의 흉수가 확인되며 폐암이 의심되는 징후가 나타났다. A씨는 삼성서울병원에 내원해 정밀 검사를 받았지만 암으로 특정할 증거가 없었다. 의료진이 흉강경을 통해 직접 확인한 결과 폐암 세포가 아닌 기생충 '폐흡충'의 알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암 수술 대신 기생충 알이 박혀 있던 두꺼운 염증 막을 제거하고 구충제를 투약했다. A씨는 다른 합병증 없이 수술 6일 후 퇴원했다.

식재료를 익히지 않고 먹는 생식(生食) 섭취 시 '폐흡충증' 감염에 주의해야 한단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전영정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공식 학술지 '흉부외과학회지'에 최근 폐암으로 오인된 폐흡충증 환자 A씨의 진단 및 수술 사례를 보고했다고 12일 밝혔다.

폐흡충증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대표적인 '소외열대질환' 중 하나로 날것이나 덜 익힌 민물 게나 가재를 먹는 식습관이 주요 감염 경로로 알려져 있다. 1960년대엔 200만명이 감염될 만큼 흔한 질환이었으나 2018년 기준 연간 진단 건수가 400건 미만으로 급감하며 현재는 보기 드문 질환이 됐다.

사례 자체는 줄었지만 폐흡충증은 민물 게장 등 갑각류를 생으로 먹는 경우 등에 따라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전 교수는 "기생충 질환은 잊힌 병으로 여기기 쉽지만 생식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민물 게장뿐 아니라 소의 생간 등 익히지 않은 육류와 수산물 섭취 전반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가 되는 폐흡충의 중간 숙주는 민물산 갑각류로 제한된다. 식당에서 접하는 바다 꽃게장 등은 폐흡충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 식재료 출처만 정확히 알고 먹는다면 안심해도 된다고 전 교수는 덧붙였다.

전 교수는 "폐 결절이 발견됐을 때 기생충 감염 역시 고려해야 할 가능성 중 하나"라며 "환자가 민물 게장이나 생고기를 섭취한 이력이 있다면 진료 시 의료진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안전한 생식을 위한 권고사항(삼성서울병원 영양팀)

△육류와 해산물은 검증된 유통처에서 신선한 상태로 구매하고 상온 방치를 피하며 즉시 5℃ 이하로 냉장·냉동 보관할 것

△조리 전후 흐르는 물과 세정제를 이용해 손과 조리도구의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할 것

△식재료 손질 시 칼과 도마를 가열 조리용과 철저히 분리해 교차 오염을 방지할 것

△게나 가재는 재료가 민물(참게 등)인지 확인하고 가급적 가열 조리해 섭취할 것

△소의 생간이나 내장류 등 기생충 감염 위험이 높은 부위는 가급적 생식을 피할 것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약자·임산부·만성질환자 등은 가급적 생식 섭취를 삼가고 완전히 익혀 먹을 것

△생식 섭취 후 원인 모를 기침·혈담 등이 지속될 경우 진료 시 의료진에게 생식 섭취 이력을 반드시 전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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