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병원들 '보이콧' 기류..."사진만 봐선 몰라요" 의사들 반발 이유

정심교 기자
2026.10.27 04:06

시행 앞둔 비대면진료 집단반발, 피부·하지정맥 직접확인 필수
방어적처방에 약 오용도 우려...마취과선 강행땐 투쟁 엄포도

비대면진료 시행(12월24일)을 불과 두 달 앞두고 피부과·이비인후과·신경과의원 등 개원가에서 집단반발하고 나섰다. 만성질환 관리에 초점을 맞춘 비대면진료는 개원의가 진료주체인데 이들에게서 '비대면진료 보이콧'의 움직임까지 포착된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대상과 처방기준 등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지난 19일부터 입법예고됐다. 이 개정안은 비대면진료 초진 처방일수를 7일 이내로 제한하되 일정요건 아래 1회에 한해 30일까지 허용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피부과 개원의 단체인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피부질환은 '사진 1장'으로 진단할 수 없다"며 "환자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비대면진료 확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이상주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은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피부질환은 병변을 직접 만져 질감·깊이를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더모스코피(확대경) 검사, 전신 피부 진찰, 진균·조직검사 등을 시행해야 진단할 수 있다"며 "비대면진료시 스마트폰 사진은 조명·각도·해상도에 따라 같은 병변도 다르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을 스마트폰을 거쳐 살핀다면 단순 점으로 오진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개원가에서 비대면진료 시행 제동 건 이유/그래픽=김현정

하지정맥류를 주로 진료하는 흉부외과 개원의들도 사진·영상진료가 오진율을 높일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이하 의사회)에 따르면 하지정맥류는 다리에 혈관이 튀어나왔는지를 보는 것만으로 진단, 치료방침을 정할 수 없다. 통증·부종·중압감 등 증상을 모두 확인하고 표재정맥과 심부정맥의 구조·혈류를 평가해 정맥판막 기능부전과 역류의 유무·위치·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김승진 의사회 회장은 이날 머니투데이에 "영상 해상도와 조명, 통신지연·중단, 음성전달 오류, 화면에 보이지 않는 징후를 놓칠 수 있다"며 "이로 인한 오진 위험은 '재진'보다 환자에 대한 기존 정보가 부족한 '초진'에서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대면진료가 약의 오처방·오남용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안영진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회장은 "비대면진료시 환자가 호소하는 귀의 통증만으로는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급성 중이염'과 그렇지 않은 '삼출성 중이염'을 구분하기 어렵고 인후통도 '단순 인두염'과 '급성 후두개염'을 가려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면 없이 처방하려면 오진을 피하기 위한 방어적 처방이 늘면서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취통증의학과 개원의들은 비대면진료 참여에 거부하겠다는 엄포까지 놨다.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무시한 졸속 개정을 강행한다면 범의료계의 연대를 통해 '비대면진료 전면 참여거부'를 포함한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복지부는 오는 12월24일 개정 의료법 시행에 맞춰 세부 운영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의견을 다음달 9일까지 수렴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입법예고 기간 중 국민과 관계기관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후 개정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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