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응급 의료진 대거 이탈"…아주대 압수수색에 9명 중 7명 '사직 의사'

홍효진 기자
2026.10.28 14:31

소아응급의학회, "진료방해 없었다" 경찰 주장 재반박
"센터 돌아다니며 진료 공간 흐름 훼손…사과하라"
의협 "아주대병원은 핵심 소아의료센터…현장 지켜달라"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압수수색 관련 타임라인.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환아를 진료 중이던 소아응급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두고 의료계와 정치권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압수수색이 집행된 해당 소아응급실에선 소속 교수 9명 중 7명이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전문의 9명 중 7명이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사직이 결정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일부 교수들이)사직 의사를 밝힌 것은 맞다"고 말했다. 현재 센터는 정상 운영 중이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은 청색증(혈액 속 산소가 부족해 피부와 점막이 푸르스름해지는 상태)으로 치료를 받다 숨진 환아 관련 수사 과정에서 지난달 30일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압수수색했다. 의료계는 진료 도중 압수수색이 집행되면서 의료 행위를 위협했다고 반발했으나 경찰은 진료 방해는 없었단 입장을 고수 중이다.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함영욱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은 소아 진료 현장에서 무리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단 여야 의원들의 질타에 "응급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사전에 병원 관계자와 협의 후 공실 상태의 진료실과 처치실을 압수수색했다"고 말했다.

함영욱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이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 현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 생중계 캡처

그러나 의료계는 경찰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재반박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이날 성명에서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서도 긴박한 처치와 처방이 계속 진행 중이었으나 경찰은 해당일 하루 세 차례에 걸쳐 응급센터를 방문했다"며 "다양한 시간대에 센터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진료 공간 흐름을 훼손시켰다"고 주장했다. 경찰 측 주장과 달리 당시 수사를 집행한 진료실 및 침상은 빈 적이 없었단 것이다.

소아응급의학회는 "종합감사 전날인 지난 26일 경찰은 병원 측에 '사망 환아의 진료를 담당한 의료진의 인적 사항'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압수수색 당일 장시간 응급실을 휘젓고도 정작 수사의 기본인 대상조차 파악하지 못했음을 자인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학회는 경찰의 사과와 오는 11월 내 응급실 출동·현장 대응 지침 제정을 촉구하면서 "요구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시 의료진의 자진 대거 이탈이 예상되며 이에 따른 진료 마비 등 책임은 전적으로 경찰에 있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대한의사협회도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 결정부터 집행까지 전 과정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 문책과 함께 국민과 의료진 앞에서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며 관련 수사 규칙과 지침 마련을 요구했다. 다만 사직의 뜻을 밝힌 아주대병원 일부 교수들을 향해 "핵심 센터인 아주대병원마저 멈춰 선다면 국내 중증 소아 응급의료 체계 전체가 연쇄적으로 붕괴할 것"이라며 "비통한 심정으로 사직을 고민하는 의료진을 비롯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전국 소아 응급 의료진이 자리를 지켜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현장에선 이번 사태의 파장이 길어질 것이란 반응도 나온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단체인 '다음 세대 소아청소년과 모임'(NGP) 김서연 대표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에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압수수색)사태 이후 교수진까지 피해를 보는 것을 본 젊은 의사들 사이에선 확실히 동요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 의료 현장 진료가 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누가 현장을 지키려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