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혼조세를 나타냈다. 예상에 못 미치는 실망스러운 경제지표는 지수를 끌어내린 반면 연방준비제도(Fed)가 조기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소식은 호재로 작용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S&P500과 다우는 약보합세를 나타낸 반면 나스닥은 강보합세를 기록했다. 먼저 신기록 행진을 이어왔던 S&P500 지수는 이날 0.68포인트(0.03%) 떨어진 2099.66를 기록했고 다우지수도 17.73포인트(0.1%) 하락한 1만8029.85에 장을 마쳤다.
반면 나스닥은 7.1포인트(0.14%) 상승한 4906.36포인트를 기록하며 5000고지에 한발 더 다가갔다.
뉴욕증시는 개장 직전 발표된 경제지표가 예상에 못 미치며 하락세로 출발했다. 특히 주택착공 건수와 생산자물가지수에 이어 산업생산 마저 예상보다 나쁘게 나타나자 오전 10시경에 바닥을 기록했다. 다우의 경우 1만80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2시에 공개된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지수를 일제히 끌어올렸다. 조기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란 소식에 S&P500 지수는 2094.28에서 2099.14까지 수직 상승했다. 다우 역시 1만8000선을 밑돌다 단숨에 1만8047까지 회복했다. 낙폭이 비교적 덜했던 나스닥은 FOMC 의사록 공개 직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 연준, 금리인상 서두를 필요 없다
이날 증시의 하이라이트는 FOMC 의사록이었다. 지난 1월 의사록에 따르면 정책결정권자 상당수가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록에 따르면 많은(many) 참석자들은 조기 금리인상은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일부(several) 참가자들은 금리 인상이 늦을 경우 높은 물가상승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연준은 전체 17명의 참여자 가운데 누가 어떤 의견을 나타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약간 혹은 많이, 일부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참석자들은 또 과거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이후 금리를 인상했을 때 어떤 현상이 나타났는지에 대한 검토도 진행했다. 이후 첫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 장시간 토론을 벌였다. 현재 미 연준은 2006년 이후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은 저금리가 거품(버블)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대편에서는 조기 금리인상 이후 경기가 나빠지면 다시 금리를 내려야 하는 악순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밖에도 일부 참여자들은 조기에 금리를 인상하면 연준이 물가상승률이 2%가 되기 전까지는 낮은 금리상태를 유지할 것이란 시장의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많은 참가자들은 낮은 금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사실 곧바로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는 이들은 적었다.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의 ‘인내심’ 문구를 삭제할 경우 금융시장이 과민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밖에도 참석자들은 경제 전반에 안정적인 성장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고 산업생산도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 하락은 소비확대를 부추길 것으로 내다봤다.
◇ 예상 못 미친 주택·생산자물가·산업생산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일제히 예상에 못 미치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다만 예상치를 크게 벗어난 수준은 아니어서 ‘좀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먼저 미국의 1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0.2%를 기록,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0.4%에는 다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월 설비가동률 역시 79.4%로 예상치(79.9%)를 밑돌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0.2%로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0.4%에는 못 미쳤지만 지난 12월(-0.1%) 감소세에서 벗어난 것이어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제조업 생산은 0.3% 증가했고 광공업 생산은 지난달 0.3% 감소에서 2.2% 증가로 돌아섰다. 또 변동성이 심한 유틸리티의 경우 7.3% 감소했다. 이에 따라 공장설비 가동률은 79.4%로 지난달(79.7%)은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치(79.9%)에 다소 못 미쳤다.
또 유가 급락에 따라 미국의 생산자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노동부는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0.8%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 11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1월 PPI가 0.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PPI는 지난 12월 0.2% 하락한데 이어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PPI가 하락한 것은 글로벌 시장의 수요 감소에 따른 에너지 가격 하락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달러 강세로 인해 미국의 물가상승이 억제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품목별로는 에너지 도매가격이 지난해 12월 6.2%에 이어 10.3% 급락했다. 7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식품 가격 역시 지난달 0.1% 떨어진데 이어 1월에도 1.1% 하락했다. 반면 변동성이 심한 무역 서비스의 경우 0.5% 상승했다.
미국의 1월 주택착공 건수도 106만5000건으로 당초 예상치인 107만건에 다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월 주택허가 건수 역시 105만3000건으로 예상(107만건)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착공 건수는 5개월 연속 100만건을 넘어섰다. 지난해의 경우 경기가 좋아졌지만 주택시장 경기는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고용지표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고 젊은이들의 분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주택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다.
1월 주택허가 건수 역시 105만3000건으로 지난 12월 103만2000건보다는 다소 증가했다. 앞으로 주택경기를 보여주는 주택허가 건수도 지난 7월 이후 100만건을 넘고 있다.
에버뱅크 자산관리의 크리스 개프니 선임 투자전략가는 ‘시장이 나쁜 경제지표에 반응하는 것은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지표에 영향을 받을수록 시장은 연방준비제도의 정책에 영향을 덜 받는다는 의미여서다. 그는 “오늘 발표된 지표들은 한마디로 끔직하고 미국 경제가 그만큼 허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하지만 시장은 Fed가 여전히 고용시장 지표 개선에 따라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그리스 사태해결 기대감에 유럽증시 상승
유럽 증시는 그리스 채무협상 타결에 대한 낙관론이 커지며 상승세를 기록했다. 은행과 자동차업체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날 유럽의 주요 증시는 영국을 제외한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등 주요 국가에서 상승 마감했다.
독일 DAX 지수는 전날보다 65.38포인트(0.6%) 상승한 1만961을 기록했다. 프랑스 CAC40 지수 역시 45.04포인트(0.95%) 오른 4799.03을 나타냈다. 스페인 IBEX35 지수는 107.3포인트(1%) 오른 1만805.3으로 상승폭이 컸다.
반면 영국의 FTSE 지수는 0.05포인트 하락한 6898.08로 장을 마감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600 지수는 주요 증시 상승에 힘입어 0.8% 올랐다.
이날 국제금값은 온스당 1200달러선까지 하락하며 7주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국제유가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미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고 엔화는 또다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