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베이징현대(현대차와 베이징기차의 중국 합작 법인)에 아주 중요한 날입니다. '아이오닉V'를 시작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턴어라운드를 가속화할 겁니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재도약의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규모 자동차 전시회인 '오토차이나 2026'(이하 베이징 모터쇼)에서다. 지난해 3400만대 넘게 팔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을 겨냥해 전기차 아이오닉 브랜드의 첫번째 중국 전략형 모델 아이오닉V을 공개하고 중국 시장에서의 전동화 전략을 본격 가동했다.
아이오닉V는 지난 10일 공개된 콘셉트카 '비너스 콘셉트(VENUS Concept)'의 양산형 모델이다. 콘셉트카에서 양산형으로 직행한 모델인 만큼 미래지향적 디자인이 특징이다. 전면부에 공격적이고 스포티한 라인이 돋보이는 후드 디자인을 적용하고, 차량의 좌우 끝에 날카로운 형상의 엣지 라이팅을 배치했다. 이상엽 현대제네시스 글로벌 디자인 담당 부사장은 "가장 경쟁이 심한 시장에서 고객을 어떻게 끌어들일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원지아리 현대차 중국 디자인센터 수석 디자이너는 "우주선처럼 미래적이고 대담한 디자인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중국 파트너사와의 기술 협업을 통해 현지 최적화된 상품성도 확보했다.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과 협업한 배터리가 탑재돼 1회 충전 시 6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쩡위친 CATL 회장은 지난 24일 전시장을 방문해 아이오닉V 공개 행사를 지켜봤다. 또 중국 자율주행 기술 전문 기업 모멘타와의 협업으로 한층 진보된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기능이 적용됐다.
아이오닉V 공개는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재도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경쟁 격화로 해외 브랜드의 영향력은 내려가는 반면 중국 토종 브랜드의 장악력은 갈수록 올라간다. 2020년 약 44%였던 중국 토종 브랜드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70%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한때 중국시장을 주름잡던 현대차그룹의 2020~2025년 현지 판매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는 "가장 빠른 개발 속도, 까다로운 전기차 소비자, 고도화된 혁신 생태계를 모두 갖춘 곳이 바로 중국"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을 다시 뚫기 위해 현대차는 전열을 가다듬었다. 지난해 합자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그룹과 함께 베이징현대에 80억 위안(한화 약 1조 5500억 원)을 공동 투자했다. 이를 토대로 아이오닉V를 내놓았고 5년간 20종의 신규 모델을 중국 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무뇨스 대표는 "2030년까지 중국에서 연간 50만대를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토차이나 2026 행사장에서 확인된 중국 토종 브랜드들의 기술 진화 속도 역시 만만치 않았다. 중국 핵심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신차 이상으로 공들여 보여준건 '스마트카 생태계' 자체였다. 전기차를 빠르게 충전해 최첨단 운영체제(OS)로 각종 편의, 안전 사양이 통합된 탑승 공간에서 목적지까지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동하는 경험을 축구장 약 50개 규모에 달하는 전시장 곳곳에서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중국 1위 완성차 기업을 넘어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으로 도약한 BYD가 이 같은 업계 전반의 진화 속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BYD는 이날 공개한 풀사이즈 SUV '다탕'에 탑재된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의 성능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전시관을 별도로 꾸렸다. BYD의 전기차 '송 플러스 EV(Song PLUS EV)'에 충전건을 삽입한 뒤 충전 게이지가 올라가는 과정이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됐다. 97% 충전까지 실제로 걸린 시간은 8분 38초로 제원상의 9분 보다 오히려 빨랐다. 전기차의 최대 약점인 충전 시간을 사실상 내연기관 수준으로 단축한 셈이다.

BYD는 충전 사용자 편의성도 강조했다. 충전 전용 앱 1회 등록 후 중국 내 모든 충전소에서 별도 인증 없이 사용 가능하단 것. BYD는 초고속충전 네트워크 '샨충'을 중국 전역에 5000개 가동중인 상태다. 이를 올해 말까지 2만개 까지 늘린단 목표다. 왕촨푸 BYD 회장은 행사장을 찾아 BYD 산하 브랜드 전시관을 직접 점검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통합 OS 플랫폼 기업 화웨이는 차량 OS와 AI 기반의 통합 생태계를 제시했다. 이날 첫 공개한 대형 6인승 플래그십 스마트 SUV '이징 X9'을 통해 '화웨이 OS 풀패키지' 기술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징 X9엔 △하모니OS 기반 콕핏△ADS 5.0 자율주행△896라인 라이다△AI 인식 실내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이 가운데 하모니OS는 차량 내부의 모든 기능을 통합해 디스플레이, 앱,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시스템이다. 자동차를 스마트폰처럼 만드는 뼈대인 셈이다. AI 인식 실내 시스템은 자율주행 상황을 판단하는 동시에 음성과 행동 등 탑승자의 상태를 이해하는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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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위즈 화웨이 스마트카 사업 총괄 CEO(최고경영자)는 이징 X9을 소개하며 "자동차는 이제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OS를 기반으로 구동되는 스마트 디바이스"라며 "오늘 공개된 기술은 일부에 불과하며 추가 기능과 세부 사항들은 추후 순차적으로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