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석면이 묻은 아버지 작업복을 즐겨 입었던 한 여성이 수십년 뒤 악성 폐암에 걸린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영국 매체 미러 등 보도에 따르면 미국 미네소타주에 거주하는 헤더 본 세인트 제임스(57)는 어린 시절 추운 저녁이면 문 옆에 걸려 있던 아버지 재킷을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가 반려 토끼들에게 먹이를 주곤 했다고 밝혔다.
당시 헤더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아버지 롤랜드의 파란색 외투에 묻은 회백색 먼지가 발암물질인 석면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아버지 체취가 묻은 그 외투를 입는 게 좋았을 뿐"이라고 회상했다.
시간이 흘러 36세가 된 헤더는 첫째 아이를 낳고부터 몸에 이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엔 출산 여파라고 생각했으나 항상 피로감을 느꼈고, 가슴 위를 트럭이 짓누르는 듯한 심한 압박감과 고열도 점차 심해졌다고 한다.
결국 헤더는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헤더 폐 근처에선 악성 종양이 발견됐다. '악성 중피종'이라는 이 종양은 석면 노출로 인해 발생하는 폐암으로, 수술을 받지 않을 경우면 남은 수명은 15개월에 불과했다.
이에 헤더는 보스턴의 전문의를 찾아가 왼쪽 폐와 갈비뼈 1개, 흉막, 심장 내막, 횡격막 일부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는 4차례 항암 치료와 30번의 방사선 치료를 견뎌냈다.
이후 헤더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한쪽 폐로만 숨을 쉴 수 있어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석면 관련 질환의 위험성을 알리는 인권 활동가로서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헤더는 "악성 중피종 진단을 받고 20년간 생존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며 "내 사례가 절망에 빠진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헤더 아버지는 2014년 신장암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의료진은 이 역시 석면 노출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