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내년 추가 부양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ECB와 BOJ 모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뒤쫓아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는 관측에서다. 내년 ECB와 BOJ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저울질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또 다른 '긴축발작'을 불러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4-10일 49명의 유력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시행한 설문 결과 응답자 60%가 ECB는 앞으로 추가부양책을 제시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CB는 이미 지난 3일 시장의 예상만 못한 추가 부양책을 제시했다. 이번에 응답자 과반은 ECB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임기 종료 시점인 2019년 10월까지 인플레이션율 목표치(2%)를 달성할 것이며 기준금리도 인상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톰슨로이터가 지난 7일 유로존 채권트레이더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결과는 ECB의 추가 부양 가능성에 보다 회의적이다. ‘내년 ECB가 월간 양적완화 규모(현행 600억유로)를 늘릴 확률'을 설문한 결과 중간값 기준 20%수준으로 나타났다.
BOJ의 추가 부양가능성은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지만 회의적 시각이 짙어졌다. 블룸버그가 9-16일 이코노미스트 42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48%는 앞으로 BOJ가 추가 부양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달 조사당시 46%보다 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ECB와 BOJ는 최근 유로존과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 위협을 헤쳐 나오면서 경기회복의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최근 BOJ의 양적완화에 따른 일본 국채시장 수급 왜곡에 중대한 부담을 느끼면서 BOJ가 내년 10월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간스탠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내년 '3중 긴축 발작'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2013년 FRB의 테이퍼링 예고를 계기로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긴축 발작’이 내년 FRB의 금리인상 가속화, ECB와 BOJ의 테이퍼링 검토로 보다 거세게 재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마노즈 프라드한 모간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내년 미국, 유로존, 일본이 동시다발적으로 적절한 성장률을 보이면 ‘3중 긴축 발작’이 찾아올 수 있다"며 "지표 의존적인 FRB가 보다 빠르게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추가 부양책을 달가워하지 않는 ECB, BOJ는 테이퍼링 시점을 둘러싼 논의를 벌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간스탠리는 내년 미국, 유로존, 일본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9%, 1.8%, 1.2%로 제시했다. 이와 비교해 모간스탠리가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미국이 2.4%, 유로존 1.5%, 일본 0.5%다. 전망대로라면 내년 유로존과 일본은 성장률 회복으로 미국과 격차를 좁힌다.
모간스탠리는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 일본뿐 아니라 영국이 미국처럼 고용시장 수급이 팽팽해졌고 부동산시장은 강세가 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고용시장의 팽팽한 수급, 부동산시장의 강세 전환은 과거보다 낮은 성장률에서도 인플레이션율을 급등시킬 기폭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성장세는 하향 안정화를 겪고 있어 글로벌 경기 우려는 약화될 전망이다. 이는 모두 현재와 같은 완화적 입장에서 물러날 여지를 키운다. 모간스탠리는 따라서 내년에는 시장이 인플레이션 신호를 보다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유로존, 일본의 동시다발적 경기 회복은 유로화, 엔화 가치가 앞으로 달러화 대비 대폭 하락할 여지를 줄인다. 이와 동시에 이들 각국의 채권 금리(수익률)가 동시다발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관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