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G20 정상회의가 끝난 지난 5일 밤. 중국에서도 공기가 안 좋기로 유명한 산둥성 지난시의 8개 관측소에서 공기질지수(AQI·Air Quality Indicator)가 200을 넘었다.
AQI는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와 PM 10(지름 10㎛ 이하 미세 먼지), 이산화질소, 이산화유황, 오존, 일산화탄소 등 6개 항목을 대상으로 공기 오염 정도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AQI는 점수가 높을수록 공기 질이 나쁜 것인데 ‘매우 좋음’으로 분류되는 1급 (0~50)부터 ‘아주 나쁨’인 5급(201~300), ‘최고 나쁨’인 6급(300이상) 등으로 분류한다. 이날 지난시 곳곳에서 AQI가 200을 돌파한 것은 9월 날씨로는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비단 지난시 뿐 아니다. 항저우 G20 회의를 앞두고 255개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던 상하이시도 8일 이후부터 AQI가 다시 100을 웃돌 전망이다. 이날부터 공장 재가동이 다시 허용되기 때문이다. 상하이시의 AQI 예상치는 8일 119, 9일 101 등이다. AQI가 101을 넘는 것은 ‘공기 나쁨’으로 분류된다.
초미세먼지도 다시 극성을 부릴 조짐이다. 상하이시의 PM 2.5(초미세 먼지) 농도는 8일 90㎍/㎥ 을 돌파할 예정이며, 9일에도 76㎍/㎥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PM 10(미세 먼지)농도도 8일 126㎍/㎥, 9일 89㎍/㎥로 좀처럼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초미세먼지 농도는 G20 정상회의 기간의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세계보건기구 기준치(25㎍/㎥)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중국의 대기오염이 다시 심각해진 것을 G20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특히 상하이시와 항저우시, 저장성, 장쑤성 등에서 멈춰 세웠던 공장들은 8일부터 전면 재가동된다. 이 때문에 8일을 기점으로 중국 동부의 공기는 G20 때 같은 ‘쾌청함’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에서는 에이펙(2014년 11월)이나 전승절 기념 열병식(2015년 9월)처럼 굵직한 국제 행사가 있을 때마다 공기의 질이 반짝 개선됐다가 다시 나빠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행사를 앞두고 차량 운행 제한과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공기 질이 좋아지지만 행사가 끝나면 차량 운행과 공장 가동이 더욱 대대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중국 대기에 고압대가 자리하며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 계속 쌓이는 것도 큰 요인이다. 중국 신민망은 “지면에서 가까운 곳의 풍속이 느려진데다 스모그를 발생시키는 대기 역전층까지 생겨 공기가 더욱 안 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기상 변화는 한국 날씨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1월 중순부터 중국 전역에 일제히 난방이 허용되면 초미세먼지 등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베이징의 경우 지난해 11~12월 두 달간 스모그가 발생한 날은 22일이며, 이때 평균 PM 2.5 농도는 239 ㎍/㎥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도 대기오염 방지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5년내에 중국의 전 도시에서 AQI 100이하인 날씨 비중을 80%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1년 중 292일을 AQI 100이하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조건에 부합하는 도시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중국 정부의 희망 사항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