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ECB 테이퍼링 소식에 금융시장 요동…다우 0.47%↓

뉴욕=서명훈 특파원
2016.10.05 05:27

ECB, 월 100억유로 채권매입 축소 '공감대'… 파운드 31년 최저, 금값 3.3% 급락

뉴욕 증시가 달러 강세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축소 검토 소식에 일제히 하락했다. 영국 파운드화가 3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국제 금값도 3% 이상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10.71푄트(0.5%) 하락한 2150.49를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 역시 85.40포인트(0.47%) 내린 1만8168.45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 지수는 11.22포인트(0.21%) 떨어진 5289.66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악재가 겹치면서 오후 들어 일제히 하락 반전했다.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금리 인상 발언으로 달러가 다소 큰 폭으로 오르면서 국제 유가와 주요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

여기에 ECB가 QE 종료 이전에 채권매입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일 것이란 소식까지 더해 지면서 낙폭을 키웠다.

업종별로는 유틸리티가 2.17% 급락하며 하락세를 주도했고 통신과 부동산도 각각 1.67%와 1.59% 내렸다. 원자재와 에너지 업종도 각각 1.52%와 0.96% 떨어졌다.

◇ ECB, 월 100억유로씩 채권매입 축소 공감대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QE) 종료 이전에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소위 테이퍼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월 100억유로(약 112억달러) 정도를 줄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4일(현지시간) ECB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지난 회의에서 정책위원들이 QE 종료 이전에 자산 매입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데 비공식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ECB 정책회의 논의 사항이 비공개인 만큼 익명으로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내년 3월 종료되는 QE 프로그램이 연장될 가능성도 열어놨다. ECB는 현재 매월 800억유로 규모로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이같은 주제를 논의하지 않았고 마리오 드라기 총재 역시 지난 기자회견과 유럽 의회 청문회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제프리즈 인터내셔널(런던)의 마르켈 알렉산드로비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QE는 내년 3월까지 운영될 예정이고 최소 6개월 정도 연장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2017년 이후 ECB는 테이퍼링을 생각할 수도 있고 2018년 3월에는 이를 끝내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는 이상적인 출구 전략이며 물가상승 전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CB는 지난달 회의에서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8년에는 1.6%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목표치인 '거의 2%'를 5년 넘게 밑도는 것이지만 동시에 물가가 꾸준히 오를 것이란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ECB의 이같은 전략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출구 전략과 유사하다. FRB는 2013년 12월부터 제3차 QE 자산매입 규모를 매월 100억달러씩 축소, 이듬해 10월에 QE를 종료했다. 이를 통해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외환시장 요동…파운드 '31년 최저' 달러 '강세' 엔화 '1% 급락'

외환시장이 ECB의 테이퍼링 소식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영국 파운드화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며 3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는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발언 영향으로 약 2주 최고치로 상승했다.

이날 달러/파운드 환율은 전날보다 0.8% 하락한 1.273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브렉시트 직후인 6월23일 이후 약 15% 낮은 수준이다. 한 때 1.2720달러까지 하락하면서 1985년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유로/파운드 환율 역시 1.1409유로까지 추락하며 2013년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내년 3월까지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때문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은 브렉시트 이후 최대 교역시장인 EU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금융의 경우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로버트 우드 이코노미스트는 "메이 총리의 연설은 단호했고 급격한(하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며 "상품 교역에 대한 협정 없이 브렉시트가 진행될 수 있다는 걱정이 지난 이틀간 파운드화 가치를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달러/파운드 환율은 약 13.4% 급락했다. 이는 멕시코 페소(10.4%)보다 더 많이 떨어진 수준이다.

파운드 약세로 영국의 경기지표는 우려와는 달리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날 발표된 9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5.4를 기록, 2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UBS의 존 라이스 전략분석 부문 수석은 "일부 지표들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악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파우드화 약세는 영국의 물가 상승률도 높이고 있다. 지난 8월의 경우 전체 수입물가가 전년동기 대비 9.3% 급등했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41% 상승한 96.14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파운드 환율은 0.11% 하락한 1.1197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1.2% 급등한 102.83엔을 각각 나타내고 있다.

래커 총재는 이날 웨스트버지니아주 찰스턴에서 가진 경제전망콘퍼런스 연설에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명백한 증거들이 있고 물가 안정을 위해서도 충분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물가상승 압박이 아직은 먼 이론적 우려일 수 있다"며 "하지만 신중한 선제조치는 물가상승 이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급격한 조치를 취해야만 하는 상황을 피하게 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이제는 적어도 1.5%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국제유가, 달러 강세 영향 일제 하락…WTI 0.25%↓

국제 유가가 달러 강세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12달러(0.25%) 하락한 48.69달러를 기록했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0.09달러(0.18%) 내린 50.8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국제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지며 소폭 상승세를 나타냈다.

WTI는 장 초반 49.13달러까지 치솟으며 지난 7월5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브랜트유 역시 한 때 51.37달러까지 상승하며 약 4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오르기도 했다.

◇ 국제금값, 달러 강세 영향 3.3% 급락…은 5.8%↓

국제 금값이 달러 강세 영향으로 3% 넘게 급락하며 13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43달러(3.3%) 급락한 1269.7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6월23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이후 3개월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루 낙폭으로는 2013년 12월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에 최대치다.

국제 은 가격 역시 온스당 1.09달러(5.8%) 급락한 17.775달러에 마감했다. 6월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구리와 백금은 각각 1.1%와 1.8% 내렸고 팔라듐도 1.7% 하락했다.

FXTM의 자밀 아흐마드 부사장은 "금값이 브렉시트 투표 이후 심리적 지지선 역할을 했던 13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며 "달러가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고 금리 인상 전망도 높아질 수 있어 금값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도이체방크 반등·파운드 영향에 1%대 상승

유럽 증시가 도이체방크의 반등과 31년 최저치로 떨어진 영국 파운드화 영향으로 일제히 급등했다.

이날 유럽 증시에서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600 지수는 전날보다 0.84% 오른 346.10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22일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날 휴장했던 독일 DAX 지수는 1.03% 오른 1만619.61을, 영국 FTSE 지수 역시 1.3% 급등한 7074.34로 마감했다. FTSE 지수가 7000선을 돌파한 것은 약 16개월 만이다.

이날 도이체방크는 미국 법무부가 140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했지만 실제 납부 금액은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1.5% 상승했다. BMW는 투자등급 상향 조정 효과로 3.3% 오르며 힘을 보탰다.

영국 증시는 영국 파운드화가 1.272달러까지 하락하면서 1985년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수출주 중심으로 급등했다. 영국 기업들의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 파운드 약세가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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