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제조업 지표 호조에도 불구하고 대선 불안감이 증폭되며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국제 유가가 하락 반전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14.43포인트(0.68%) 하락한 2111.72를 기록했다. 6일 연속 하락세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105.32포인트(0.58%) 내린 1만8037.10으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 지수는 35.56포인트(1.11%) 떨어진 5131.76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증시는 제조업 지표 호조와 국제 유가 상승에 힘입어 오름세로 출발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지지율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는 소식에 일제히 하락 반전했다.
부동산 업종이 2% 넘게 급락했고 유틸리티와 통신 업종도 각각 1.77%와 1.04% 밀렸다. S&P500 11개 업종 가운데 에너지 업종만 소폭 상승했고 나머지 10개 업종은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다.
◇ 'e메일' 스캔들 재조사 여파 '현실화'…WP-ABC 조사서 트럼프 역전
이날 증시의 최대 악재는 미국 대선이었다. ‘e메일 스캔들' 재수사에 미국 대선 판도가 뒤흔들리면서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e메일 스캔들'을 재조사하겠다고 밝힌 이후 도널드 트럼프 지지율이 약진한데 이어 역전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워싱턴 포스트와 ABC방송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46%, 클린턴 후보의 지지율은 45%로 조사됐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실시됐고 응답자는 1128명이었다. 자유당의 게리 존슨과 녹색당의 질 스타인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3%와 2%였다.
두 매체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앞선 것은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지지율이 역전된 것은 FBI의 재수사 발표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열흘 전 조사에서는 클린턴이 12%포인트(p) 차이로 트럼프를 앞섰다. 하지만 재수사 발표 다음날에는 지지율 격차가 2%p까지 좁혀졌고 이번에 역전됐다.
특히 열성적인 지지자 비율은 트럼프가 53%로 클린턴(34%)을 크게 앞섰다. 지난 27~28일 조사에서는 53%대 51%로 큰 차이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28일 재수사 발표 이후 유권자들의 마음이 크게 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날 공개된 '레드 오크 스트래티지'의 여론조사(10월27∼28일·943명)에서도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각각 37.1%, 36.6%로 격차가 0.5%p에 그쳤다. 보름 전 조사에서 지지율 격차는 3%p로 클린턴 후보가 앞섰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앞서 지난달 28일 미 의회에 보낸 서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e메일 사건에 대한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며 “현재 시점에서 추가 발견된 증거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수사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인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제의 e메일은 클린턴의 최측근 후마 에버딘의 계정에서 발견됐다. 에버딘의 전 남편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은 미성년자 와' 섹스팅'(음란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추가로 발견된 e메일 규모는 65만건에 이르고 있다.
◇ 美 제조업 경기 2달 연속 확장
미국 제조업 경기가 두달 연속 확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공급관리협회(ISM)는 미국의 10월 제조업 지수가 전달 51.5에 이어 51.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기 확장과 위축의 경계선인 50을 넘긴 건 물론 시장 전망치인 51.7도 웃돌았다.
신규 주문 지수는 52.1로 전달 55.1에서 크게 하락했다. 소비자 수요 및 글로벌 시장 둔화, 기업들의 투자 감소는 3분기에도 이어진 셈이다.
그러나 생산 지수가 같은 기간 52.8에서 54.6으로 대폭 개선됐다. 기업들이 넘쳐나던 재고품을 줄이면서 제조업이 전체적으로 반등의 동력을 얻었다는 진단이다.
오마이르 샤리프 소시에테제네랄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공장 부문은 발헤엄을 치는 것과 같다"며 "최악이 있으면 최대 호전도 오는 법"이라고 했다.
한편 앞서 시장조사업체 마킷이 발표한 미국의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도 53.4를 기록했다. 이는 약 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 국제유가, OPEC 감산 계획 실패 우려에 하락…WTI 0.4%↓
국제 유가가 달러 약세와 앨라배마 송유관 폭발에도 불구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지속되면서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19달러(0.4%) 하락한 46.67달러를 기록했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전날보다 0.43달러(0.88%) 내린 48.1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국제 유가는 달러 약세와 송유관 폭발 사고 소식에 상승세를 나타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지난 31일 앨라배마 주 셸비 카운티 버밍햄시 인근에서 송유관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핵심 휘발유와 증류유 송유관을 폐쇄했고 휘발유 선물 가격은 13% 급등했다.
하지만 불길이 잡히면서 휘발유 가격 상승세가 둔화됐고 투자자들은 OPEC의 감산 합의가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점에 더욱 주목했다. 국제 유가는 OPEC이 감산에 합의한 지난 9월 27일 이후 약 15% 가까이 급등했다.
어게인 캐피탈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국제 유가가 송유관 폭발 소식에 반등했지만 곧 영향력이 사라졌다"며 "모든 관심은 다시 OPEC이 지금까지 실질적인 감산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데 모아졌다"고 지적했다.
◇ 달러 ‘2주 최저’ 금값 ‘1개월 최고’
여론 조사 결과는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달러가 대선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약 6주 만에 최대 낙폭을 보이고 있다. 특히 멕시코 페소 가치는 1.3% 급락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59% 내린 97.78을 기록하고 있다. 약 2주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 때 97.64까지 하락하며 6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달러/유로 환율은 0.66% 상승한 1.1052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0.71% 내린 104.07엔에 거래되고 있다.
국제 금값은 달러 약세와 대선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 증가 영향으로 급등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4.9달러(1.2%) 급등한 128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3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제 은 가격 역시 온스당 62.2센트(3.5%) 급등한 18.418달러에 마감했다. 백금과 팔라듐도 각각 2%와 2.6% 급등했고 구리도 1.1% 올랐다.
◇ 유럽증시, 실적 부진·美 대선 불확실성에 하락 마감
유럽 증시가 주요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높아진 미국 대선 불확실성에 다소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유럽 증시에서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600 지수는 전날보다 1.1% 급락한 335.33을 기록했다.
독일 DAX 지수는 전날보다 1.3% 급락한 1만526.16을, 영국 FTSE 지수는 0.53% 내린 6917.14로 마감했다. 프랑스 CAC 지수 역시 0.86% 떨어진 4470.28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 차터드는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5.4% 하락했다. 에너지 엔지니어링그룹 역시 실적이 시장 전망을 빗나가면서 2.4% 밀렸다.
반면 로열 더치 쉘은 3분기 실적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4% 올랐다. 반면 다른 에너지 기업인 BP는 3분기 이익이 35% 급등하며 예상을 웃돌았지만 주가는 4.5%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