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3분기 경제성장률(GDP) 호조에도 불구하고 소비지출 부진에 대한 우려로 일제히 하락했다. 본격적인 연말 휴가 시즌이 다가오면서 한 달 보름 가까이 지속된 ‘트럼프 랠리’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2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4.22포인트(0.19%) 오른 2260.96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23.08포인트(0.12%) 내린 1만9918.88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 지수는 24.01포인트(0.44%) 떨어진 5447.42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증시는 장 초반부터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하락 출발했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예상을 웃돌았지만 소비 지표 부진에 뚜렷한 호재가 되지 못했다. 내구재 주문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기대에 못 미치면서 발목을 잡았다.
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재량 소비재 업종이 1% 하락했고 원자재 업종도 0.48% 밀렸다. 반면 통신 업종은 1% 상승했고 국제 유가 상승에 힘입어 에너지 업종 지수도 0.45% 올랐다. S&P500 11개 업종 가운데 7개 업종이 하락했고 4개 업종은 상승했다.
◇ 美 3분기 경제성장률 3.5% '2년 만에 최대'… 소비 증가 덕분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GDP)이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꾸준히 증가했고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도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3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3.5%(확정치)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3.3%를 웃도는 수준이며 2014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3분기 GDP는 2.9%(속보치)에서 3.2%(수정치)로 상향 조정됐고 이번에 3.5%까지 높아졌다.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은 각각 0.8%와 1.4%였다.
이처럼 GDP가 호조를 보인 것은 소비 증가와 정부 프로젝트로 건설경기가 개선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3분기 개인 소비는 2.8%(수정치)에서 3%로 높아졌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상황을 보여주는 비거주자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0.1%에서 1.4% 크게 상승했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1.5%에서 1.4%로 하향 조정됐다. 여전히 물가상승률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목표치를 밑돌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4분기 GDP는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4분기 GDP를 2.6%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올해 연간 GDP는 약 2.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이 각각 1.9%와 2.4%로 예측됐다.
◇ 미국 내구재주문 4.6%↓…2년3개월래 최대 감소
지난달 미국의 내구재 주문이 2년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10월 항공기 주문이 급증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내구재 주문은 전월대비 4.6% 감소했다. 이는 지난달 수정치(4.8%)는 대폭 밑돈 것이지만 전망치(-4.8% 감소)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내구재는 기업에서 3년 이상 사용하는 자재나 설비를 뜻한다. 내구재 주문 동향은 산업생산이나 설비투자의 선행지표로 여겨져 제조업 경기를 판단하는 지표로 쓰인다.
지난 11월 내구재 주문이 크게 떨어진 것은 비행기 수주 감소 탓이다. 지난달 미국 상업용 비행기 수주는 전월보다 73.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0월 94.6% 급증한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 내구재 주문에서 방위산업과 항공 부문을 제외한 핵심 자본재 주문은 전월대비 0.9% 증가했다. 이는 전망치(0.4%)는 물론 직전월치(0.2%)를 웃돈 것이다. 아울러 지난 8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운송부문을 제외한 11월 내구재수주는 0.5% 증가했다. 이는 직전월 수정치(0.9%)보다는 낮지만 시장 예상치(0.2%)를 넘어선 것이다.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인프라 지출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달러강세에도 불구하고 내구재 주문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언 스위트 무디스애널리틱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기업 투자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사전적 증가가 일부 있다"면서 "앞으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美 신규 실업수당 청구 27.5만건…6개월래 최고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을 깨고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미국의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는 27만5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보다는 1만8000건, 전주보다는 2만1000건 많은 것이다.
그러나 고용시장 개선의 기준점으로 판단되는 30만건은 94주 연속 하회했다. 1970년 이후 가장 긴 기록이다. 이에 따라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늘어난 것은 연말 연휴를 앞두고 계절적 요인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0일 기준 실업보험 연속수급 신청자수는 203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전망치보다는 2만6000건, 전월 수정치보다 1만5000건 많은 것이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주 물가상승 전망이 커지고 고용시장이 강화하고 있다며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올렸다.
◇ 美 11월 개인 소득·소비 모두 예상보다 부진
미국의 개인 소득과 소비가 모두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미 상무부에 따르면 11월 개인소비지출은 전월대비 0.2%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월 0.4%와 예상치 0.3% 증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2개월 연속 증가세가 둔화됐다.
개인 소득 역시 전월 수준에 그치며 전망치 0.3% 증가에 못 미쳤다. 10월 개인 소득도 0.6% 증가에서 0.5% 증가로 하향 조정됐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물가상승 기준으로 활용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전월과 변함이 없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도 1.4%로 전월과 동일했다.
가격 변동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년대비 1.6% 증가했다. 10월 1.8% 증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소비가 예년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4분기 경제성장률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 국제유가, 美 성장률 호조에 일제 상승…WTI 0.9%↑
국제 유가가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GDP) 호조 영향으로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46달러(0.9%) 상승한 52.95달러를 기록했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전날보다 0.53달러(0.97%) 오른 54.99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 강세가 주춤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감산 합의를 지킬 것이란 전망도 호재로 작용했다.
쿠웨이트 석유 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러시아 등이 감산 합의를 따를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도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 달러, GDP 호조·차익실현 혼재 '강보합'…英 파운드 0.6%↓
달러가 차익 실현 매물과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 영향으로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07% 상승한 103.07을 기록하고 있다. 장 초반 103.14까지 상승한 후 개인 소비와 소득이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102.59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후 낙폭을 다시 만회하면 강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0.08% 오른 1.0431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0.05% 오른 117.60엔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특히 달러/파운드 환율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0.58% 하락한 1.228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 국제금값, 0.2%↓… '호재 실종' 사흘 연속 하락
국제 금값이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2.5달러(0.2%) 내린 1130.7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은 가격 역시 온스당 10.8센트(0.7%) 하락한 15.87달러에 마감했다. 백금과 팔라듐 역시 0.8%와 0.5% 밀렸다.
반면 구리 가격은 강보합을 나타내며 파운드당 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 유럽증시, BMPS 자본확충 실패 영향 은행주 부진 '혼조'…獨 0.11%↓
유럽 증시가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 우려에 혼조세를 나타냈다.
이날 유럽 증시에서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600 지수는 전날보다 0.21% 하락한 359.82를 기록했다.
독일 DAX 지수는 0.11% 하락한 1만1456.10으로 마감했다. 반면 영국 FTSE 지수는 0.32% 상승한 7063.68을, 프랑스 CAC 지수는 0.02% 오른 4834.63으로 거래를 마쳤다.
어제에 이어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가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자 이탈리아 3위 은행인 BMPS는 결국 투자자를 찾는데 실패, 거래가 정지됐다. BMPS 주가는 7.5% 하락했다.
BMPS는 JP모건을 통해 50억유로의 자본확충을 시도했지만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정부는 BMPS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영향으로 스톡스600의 은행 업종 지수는 0.43%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