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혼슈 효고현에서 패밀리마트를 운영하는 타카노리 사케이씨(57)는 일주일에 4일 새벽 근무를 선다. 그나마 주간 근무자도 주부·노인·외국인이다. 그는 "문연지 13년만에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며 "구인난이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호소했다.
'편의점 왕국' 일본이 변하고 있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 5.9개. 실업률 2.4%. '완전 고용' 시대에 접어들며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게 되면서 24시간 계산대를 지키는 파트타임 근로자들에 의존하는 편의점은 이제 기피 대상이 됐다. 게다가 내수 시장도 포화상태로 진입해 성장이 더디다.
이에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등 일본 편의점 업계 90%를 장악하고 있는 이들은 이러한 이중고를 극복하기 위해 '무인점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편의점업계는 지난해 4월 2025년까지 모든 제품에 전자태그를 부착해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나가기만 하면 자동결제가 이뤄지는 무인점포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연간 1조2500억엔(약 12조640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한다. 편의점 일자리 100만개가 사라지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일본에는 총 5만7610개의 편의점이 자리잡고 있다. 업계는 그동안 점포 5만개를 포화상태의 기준으로 봤는데 이를 넘어서면서 성장도 멈췄다. 지난해 일본내 편의점 매출은 전년대비 0.3% 감소했다. 점포당 하루 이용객 수도 984명을 기록, 9년만에 1000명 미만으로 하락했다.
이에 세븐일레븐은 270억엔(약 2735억원)을 투자해 자동결제 시스템 도입 등으로 점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점포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창사이래 처음으로 매년 1600억엔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가맹점이 부담해야할 로열티를 1% 깎아주기로 했다. 점주들을 붙잡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패밀리마트 역시 지난달 110억엔(약 1115억원)을 투자해 자동결제기기를 들였다. 점원이 수동으로 바코드를 찍어 계산하는 것보다 절반 가까이 속도가 빠르다는 설명이다. 향후에는 AI(인공지능)까지 적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마련한 시스템이다.
로손은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올 상반기안에 해당 시간동안 무인점포로 운영할 방침이다. 밤 12시부터는 스마트폰 전용 앱으로 인증을 받아야만 매장 입장이 가능하고, 앱으로 제품 바코드를 스캔 후 계산해 나오는 방식이다. 이밖에 태플릿PC, 자동으로 거스름돈을 계산해주는 기계등을 주요 점포에 설치해 효율성 향상에 신경쓰고 있다.
편의점들은 전체 인구의 27%(약 3500만명)에 달하는 '쇼핑 약자' 노인들을 위한 인프라 역할도 도맡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4월 도쿄 인근에 '도시재생기구(UR)'가 관리하는 아파트에 입점했다. 해당 매장은 쇼핑을 힘들어하는 노인들을 위해 아예 슈퍼마켓화했다. 신선한 야채류를 구비하고, UR 관련 서류 접수 및 민원도 받는다. 이러한 매장은 총 100여개에 달한다.
로손은 2015년부터 노인들을 위해 속옷, 간편식 등을 팔고, 무료로 건강 자문 서비스까지 해주는 편의점을 선보였다. 현재 로손은 이러한 편의점을 10여곳까지 확장했다. 패밀리마트는 신장 질환이나 당뇨를 앓는 노인들을 위해 2015년부터 70여곳 매장에서 소금, 프로틴이 적게 들어간 식품 판매도 시작했다.
도시 외곽이나 지방에 사는 노인들을 위해 아예 400여종의 물건을 실은 트럭이 찾아가는 '이동식 편의점'도 등장했다. 올해까지 로손은 400여대,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도 각각 35대, 15대까지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