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EU 이어 日에도 유화모드…'트럼프 효과'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4.14 14:03

14일 중일 고위급 경제 대화, 일본 시장접근 완화 등 요구할 듯…中, 美 공세에 日·EU 등 다른 강국 도움 절실

지난해 10월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아베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악수를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중국이 지난주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14일 일본과의 고위급 경제대화에 나선다. 미국과의 갈등으로 우군 확보가 시급한 중국이 EU에 기업 차별 해소, 강제 기술 이전, 보조금 문제 등에 대해 개선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일본에도 시장 접근 등에서 당근책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왕이 국무위원장 겸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고노다로 일본 외무상이 이끄는 일본 대표단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방중한다. 14일에는 왕 국무위원과 고노 외무상이 양국 경제 분야 관료들과 함께 고위급 경제 대화를 진행한다.

이번 대화에 관여한 한 소식통은 SCMP에 "회담 시기가 일본 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이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다른 강대국들에게 양보를 해서라도 관계를 돈독히 해야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일본과 EU는 중국의 시장 접근 제한, 강제 기술 이전 등 구조적 이슈와 관련해 미국과 같은 우려를 갖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적인 접근은 지지하지 않는다. 중국은 시장 다변화와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데 있어 일본과 EU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중국 측은 지적재산권 보호, 강제 기술 이전, 중국 시장 추가 개방 등과 같은 이슈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기꺼이 논의해 왔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은 오랫동안 논의되지 않았던 이러한 문제들을 논의하려는 중국의 새로운 의지를 보여주는 표시로 이달 초 지식재산권 보호에 관한 첫 양자 회담을 열었다. '혁신 협력 대화'라는 이름의 회담에서 지식재산권 문제가 논의의 큰 비중을 차지했고, 강제적인 기술 이전 문제도 테이블에 올랐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앞서 지난주 벨기에 브뤼셀에서 있었던 중-EU 정상회의에서도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유럽 기업에 우호적 투자 환경을 약속하며 유럽 끌어안기에 나섰다. 리 총리는 정상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럽 기업들은 중국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며 중국 내 외국 기업들 불만을 처리하는 분쟁 메커니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유럽 기업들에 대한 기술 이전 강요를 근절하는 것이다. 리 총리는 또 중국 내 산업 보조금 문제에서 EU 측 우려를 해소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해양과 역사적 분쟁으로 수년간 고조됐던 중일간의 긴장 관계가 상당히 해빙된 지금이 중국과의 경제 이슈를 타협할 수 있는 좋은 계기로 보고 있다. 특히 EU가 지난 주 중국과의 협상에서 강경한 자세로 시장 접근 등에 있어 돌파구를 마련한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베이징의 외교소식통들은 전했다. 중일간 경제 이슈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시작된 사고 주변 10개 현의 식품에 대한 수입 금지 해제다.

중국 내각에 조언을 하고 있는 스인홍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유럽연합은 미국 덕분에 대담해졌다. 그들은 이제 더 강경한 노선을 택해야만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본은 아마도 중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미국이나 EU의 이익보다 적을 것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 교수는 "중미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이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높아졌지만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대폭 수입을 늘리려 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에 제공할 자원은 한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일본도 미국과 무역 갈등을 겪고 있는 만큼 중국과의 협상에서 마냥 강하게 밀어부치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 690억 달러로 관심을 돌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일 양국은 이번 주 워싱턴에서 관련 협상을 시작한다. 수출 비중이 큰 일본은 미국의 급작스러운 수입관세나 자동차 수입 쿼터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류장용 칭화대 일본학 교수는 "일본이 미국과의 긴장관계와 러시아나 북한 같은 다른 나라와의 유대관계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은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일본이 중국을 상대할 때 지나치게 극단적인 접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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