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선에서 중도우파인 자유당과 국민당의 여당연합이 중도좌파 최대 야당인 노동당과의 접전 끝에 승리했다. 출구조사에서는 노동당이 크게 앞섰지만 호주 민심이 환경보다 경제를 선택하면서 여당연합이 3차례 연속으로 정권을 거머쥐었다.
19일 ABC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총선의 개표가 74.8% 진행된 가운데 스콧 모리슨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연합이 하원 의석중 74석, 빌 쇼튼 당수의 노동당은 66석을 각각 차지했다. 6석은 군소정당이 차지했으며 나머지 5석은 아직 미정이다. 호주 하원의 정원은 151명으로, 여당연합이 과반수인 76석을 확보할 수 있을 지는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전 여론조사 및 전날 출구조사에서는 노동당이 82석을 차지하며 6년 만의 정권교체가 전망됐다. 그러나 쇼튼 당수의 기반인 동남부 빅토리아주와 서호주주(州) 등에서 기대보다 표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여당연합이 결국 승리했다. 쇼튼 노동당 당수는 출구조사를 뒤집은 개표 결과가 나오자 패배를 선언하고 차기 당수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모리슨 총리는 예상외의 승리에 "나는 항상 기적을 믿어왔다"면서 기쁨을 드러냈다.
가디언은 총선 결과에 대해 "이번 총선은 '기후 변화 선거'로 불렸지만 결국 환경이 패배했다"고 분석했다. 호주는 지난해 역대 가장 더운 날씨를 기록했으며 기후변화로 동·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하는 등 심각한 환경 문제에 직면했다. 이에 선거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호주 유권자들은 환경문제를 관심사 1순위로 뽑았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경제를 우선시했다는 설명이다.
호주는 석탄, 철광석 등 풍부한 원자재를 기반으로 지난 28년 간 단 한 차례도 역성장을 기록하지 않았다. 중국이 성장하면서 원자재 수요가 급등했고, 이를 수출하는 호주 역시 동반 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미중무역전쟁 때문에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호주도 집값 하락, 임금 정체 등을 겪고 있다. 올해 상반기 경제 성장률 예상치도 4%에서 1%로 하락한 상황이다. 이에 세금 지출을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현상유지를 바라는 유권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여당연합은 기후 변화 정책을 놓고 내부 다툼을 벌이면서 총리가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나 경질되는 등 위기를 맞았다. 반면 노동당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45% 감축 등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약속하며 빈틈을 파고들었다. 이에 지난 2년 간 여당연합의 지지율은 노동당을 밑돌았다.
그러나 지난해 8월에 취임한 모리슨 총리가 당 내부 갈등을 수습, '경제 우선' 정책을 내세우면서 표심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신규고용 창출, 감세 등을 약속하고 12년 만에 재정흑자 달성 등의 실적을 강조했다. 환경 문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노동당의 정책에 대해서는 세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비판했다.
앞서 노동당은 2013년 경제 호황에도 '탄소세 제정'을 발표한 뒤 민심을 잃고 여당연합에게 정권을 내준 바 있다. 결국 지난해 최고 12%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양측의 지지율 차이는 선거 직전 2%포인트까지 좁혀졌고, 선거에서도 여당연합이 승리했다.
여당연합이 재집권하면서 호주는 미국과 동맹관계를 중시하는 기존 외교 정책을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