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 일자리 3만개 줄인다

정한결 기자
2019.08.12 13:57

저금리 기조 이어지며 수익성 악화…거래 자동화·패시브 투자 늘며 수수료 수입도 감소

전 세계 투자은행 업계에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하자 결국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4월 이후 홍콩상하이은행(HSBC), 바클레이스, 씨티그룹,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들이 발표한 총 감원 규모는 3만여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인력의 6%에 해당한다.

특히 최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유럽의 은행들이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 독일 최대은행 도이체방크는 직원 1만8000여명을 줄이고 투자은행 부문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영국 바클레이스도 이달 초 지난 2분기에 전체 인력의 4%인 3000명을 감원했으며 임금 보너스도 23% 삭감했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도 지난 4월 투자은행 부문에서 1600명을 줄인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존 플린트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한 영국 HSBC는 직원 4000여명을 감축하고 투자지출도 줄일 계획이다.

미국 투자은행들도 인원 감축에 나섰다. 미국 뉴욕주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뉴욕의 증권·선물 거래 관련 일자리 수는 지난해 대비 2% 가까이 줄었다. 1년 만에 28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씨티그룹도 지난달 수백 개의 일자리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은행들이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미 장기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이후 미 S&P500지수는 6% 가까이 올랐지만 나스닥의 은행업종지수(KBW)는 5% 가량 떨어졌다. 유럽 스톡스의 은행업종지수는 같은 기간 16% 하락하며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버그의 앤드류 로웨 분석가는 "제로(0) 금리, 마이너스(-) 금리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투자은행이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면서 "전망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격화하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글로벌 경제가 둔화하면서 전 세계 각국이 잇따라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낮춘데 이어 인도, 호주, 필리핀, 뉴질랜드 등도 금리를 줄줄이 인하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달 "2020년 상반기까지 금리를 동결하거나 더 낮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변화하는 투자환경도 은행들의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패시브 투자가 늘고 거래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은행들의 수수료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은행전문조사업체인 코얼리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12권 투자은행들의 채권·외환·상품(FICC) 거래 매출은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 투자기관 KBW(Keefe, Bruyette & Woods)의 에드 퍼스 분석가는 "투자은행들의 매출 구조가 변화하면서 거래량과 시스템, 컴퓨터 능력을 갖춘 은행들이 살아남는다"면서 "그렇게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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