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우디 함께 타당성 검토 후 시설 건립 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자력 인프라 개발에 미국 기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사우디 영토 내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원자력 협정을 공식 승인했다고 2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22일 공식 서명할 예정이다.
이번 협정은 우라늄 농축 시설 건설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 기업들이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건설 여부는 미국과 사우디의 2년간 공동연구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통해 사우디의 원자력 산업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핵을 군사적 목적으로 오용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협정은 30년간 효력이 지속된다. 이로 인한 계약 규모는 수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원자로 건설은 미국 기업이 맡고 해외 협력업체들이 부차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이번 계약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웨스팅하우스의 3세대 원자로 AP1000은 약 1100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이는 중소 도시에 전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협정은 미 의회에 제출된다. 의원들은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충분한지에 중점을 두고 협정을 검토할 전망이다. 협정을 저지하려면 미 의회 상·하원이 공동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하며, 대통령 거부권을 무효로 하기 위해선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사우디는 협정이 원자력을 개발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해왔다. 우라늄 광석 매장량을 활용해 국내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려는 취지라는 것이다. 국내 소비를 원자력으로 대체하면 석유 수출 여력을 늘릴 수도 있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중동에서 핵 무기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WSJ는 지적했다. 사우디의 실질적인 지도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사우디도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합의는 미국의 핵 산업을 활성화하고 사우디와의 관계를 강화하며, 러시아와 중국이 사우디 핵 프로그램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농축을 포함한 적절한 제약 조건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중동 및 그 외 지역의 핵 확산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