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가능성 두고 발언 엇갈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조기퇴진설이 재점화하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가 총재직 조기 사임 가능성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다.
스위스 일간지 노이에취르허차이퉁(NZZ)은 "라가르드 총재의 임기 조기 종료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라가르드 총재는 프랑스 대선 출마는 선을 그으면서도 조기 퇴진 가능성을 열어놓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 유로뉴스 TV에서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본국에서 가장 효율적인 역할로서 유럽적 가치에 공헌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에서 국가적 차원의 논의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출마 가능성은 배제한 것이다.
지난 3일에는 프랑스 경제 일간지 레제코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프랑스 대선에서 유럽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총재직 사임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본인이 직접 출마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프랑스 대선에는 유럽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확답을 피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조기 퇴진설은 처음이 아니다. 배경은 내년 4월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 2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라가르드 총재가 공식 임기가 끝나는 2027년 10월 이전에 사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임기보다 앞선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 국민연합(RN)을 이끄는 마린 르펜 의원이 당선되면 ECB 총재 인선에 관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라가르드 총재는 "ECB의 선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부인했다. 그는 지난달 프랑스 컬처 라디오에서 "중동 전쟁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며 "폭풍우가 몰아칠 때 선장은 갑판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르펜 의원이 횡령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출마 허가를 받으면서 재점화됐다. 라가르드 총재도 단호하게 조기 퇴임설을 부인했던 것과 달리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불을 지피고 있다.
게다가 RN이 대선 1차 투표에서 선두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다수 나온 상태다. RN이 정권을 잡으면 유로존 탈퇴까지는 추진하지 않더라도 브뤼셀의 권력 집중과 독일의 영향력 확대에 비판적인 만큼 ECB 수장 인선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CB 총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프랑스 대선 전에 차기 총재를 미리 교체한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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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렌베르크은행의 홀거 슈미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NZZ에 "라가르드가 임기는 채우되, 프랑스 대선 이전에 후임자를 미리 확정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이렇게 하면 르펜 측의 인선 방해 가능성에 선제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