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14억 인구대국 중국이 '세 자녀'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1978년 인구 급증을 우려한 중국이 내놓은 산아제한 정책이 가족계획 버전 1.0이라면 이번 정책은 사실상 산아제한을 철폐하고 방향을 180도 전환한 버전 2.0이다.
1999년 겨울 중국에 어학연수 가서 처음 만났던 중국 대학생들, 그리고 2003년부터 중국에 살면서 알게 된 중국인들은 대부분 독생자녀(獨生子女·외동)였다. 중국 농촌지역에서는 엄격하게 시행되지 않았지만, 도시에서는 정책을 철저히 시행해서 둘째를 출산한 뒤 국영기업을 강제로 그만 둔 사례도 많았다.
최근까지도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은 꽤 엄격하게 실시됐다. 2010년 무렵 필자가 알던 중국 대학교수도 둘째를 낳고 싶지만, 그러면 대학을 그만둬야 한다며 포기했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중국 가족계획 정책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2015년이다. 인구 증가세가 둔화되고 고령화 추세가 강해지자 중국은 2015년 말 '두 자녀' 정책을 발표했다. 다음 해인 2016년 중국 출생아수는 1786만명으로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했지만, 2017년에는 1723만명, 2018년에는 1523만명으로 감소하더니 지난해에는 1200만명으로 급감했다.
특히 지난해 가임 여성이 평생 출산할 아이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3명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현재 인구수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인 2.1명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세 자녀 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사실 '세 자녀' 정책이 나오기 이전부터 중국 내 많은 전문가들이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중국 최대 여행사인 시트립 창업자이자 인구경제학자인 량지엔장이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다.
한술 더 떠 량 회장은 지난 31일 '세 자녀' 정책이 발표되자 아이 한 명을 낳으면 100만 위안(약 1억7000만원)의 출산 보너스를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게다가 100만 위안이 많아 보이지만, 중국 대도시의 양육비와 교육비를 고려하면 절대 많지 않은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 14일 중국인민은행도 '중국의 인구전환에 대한 인식 및 대응방안'이라는 워킹페이퍼를 발표하며 산아제한을 전면 폐지하고 출산장려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할 만큼 출산장려는 이미 대다수가 공감하는 주장이었다.
중국 출생아 수 감소는 경제가 성장하는 국가들이 겪는 일종의 선진국병이다. 경제 성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선 국가들은 예외없이 결혼기피증과 저출산 현상을 겪었다. 아직 중국 경제가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치지만,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등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 지역일수록 결혼 기피와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것도 같은 이치다.
중국 결혼 커플 수는 2013년 1347만 쌍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20년에는 전년 대비 12.2% 감소한 813만 커플에 그쳤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6년 동안 조혼인율(1000명당 혼인건수)는 9.9에서 6.6으로 줄었다.
중국에서 결혼이 감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 90년대 실시한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해 결혼적령기 인구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결혼관에 생긴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에서도 이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마지막으로 대학 및 대학원진학률이 상승하는 등 교육연한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결혼연령이 늦춰졌다.
결혼 커플 수가 감소할 뿐 아니라 늦게 결혼하는 만혼현상까지 강해지니까 중국 출생아 수가 늘래야 늘 수가 없다.
여기에 쐐기를 박은 게 사교육 열풍이 야기한 높은 교육비다. 최근 중국 매체 시대재경(時代財經)은 중산층이 자녀 한 명을 의무교육 과정인 중학교 3년까지 키우는 비용을 계산한 자료를 발표했다. 국제 학교를 보내는 등 '고급 교육'은 약 431만 위안(약 7억3000만원)이 소요됐다. 최상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스이긴 하지만, 중3까지 필요한 교육비가 무려 7억원이 넘는다.
공립학교를 보내는 등 가장 일반적인 '대중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약 52만 위안(약 8800만원)이 소요됐다. 중학교 과정에서는 매달 2000위안(약 34만원)의 학원비를 지출했는데, 중국도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는 이것보다 최소 2배 이상은 지출해야 한다.
게다가 대학입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고등학교와 대학 학비까지 합치면 못 들어도 100만 위안은 훌쩍 넘을 것이다. 이렇게 따지면, 앞서 량지엔장 회장이 제안한 100만 위안의 출산 보너스도 아주 많은 금액은 아니다.
경제 성장을 늦게 시작한 중국이 우리나라를 따라오는 건 LCD, 반도체, 조선 등 산업적인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고령화와 저출산 등 사회구조적인 변화도 우리나라가 지나온 경로를 비슷하게 따라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