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 등 서방세계에 중국은 최대의 '적'이자 '악'이다.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미국 국무부는 중국을 '최대의 지정학적 위험'으로 간주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내세우며, 미·중갈등을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싸움'으로 프레임화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독불장군식으로 행동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아시아 등 동맹국들을 껴안으며 노련하게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좁히는 모습이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서기 4년 전인 2006년부터 '주요 2개국(G2)'이라는 용어를 내놓으며 중국을 최대 라이벌로 지목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7년 '2035년 선진국, 2050년 최강국'이라는 중국몽(夢) 로드맵을 세우자 미국의 견제는 더 거세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지난 4월 28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중국 견제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빠르게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미래의 제품과 기술(반도체, 배터리, 생명공학 등)을 개발하고 지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3월 외교정책 연설에서 북한과 러시아보다도 중국이 '최대의 지정학적 시험'이라며 대중국 강경론을 밝혔다. 그는 "중국은 안정적이고 개방된 국제질서에 심각하게 도전할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기술적 힘을 가진 유일한 국가"라며 "경쟁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고, 협력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며, 적대적이어야 한다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기술 굴기(떨쳐 일어섬)를 저지하기 위해 함께 무역기술위원회(TTC)를 신설하기로 했다. 또 G7(주요 7개국)은 지난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 대만 및 홍콩 민주주의 위협, 동·남중국해 문제 등을 거론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과 견제를 강화한 바 있다.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에 대응해 개발도상국 기반시설을 지원하는 글로벌 인프라 펀드인 '더 나은 세계재건'(B3W)' 프로젝트도 추진키로 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목적도 중국 견제에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중국의 반도체 개발을 견제하며 자국 내 반도체 개발 및 한국, 대만 등 앞선 기술을 가진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통해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재검점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우리의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공급망을) 의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가 추진중인 2000억달러(약 223조원) 규모 '2021 미국 혁신 및 경쟁법'의 가장 큰 부분은 '끝없는 국경법'인데, 이 역시 기술·과학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최근 민주주의, 인권 등에서 중국에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은 이들에게 중요한 경제적·전략적 협력 대상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중국을 지정학적 경쟁자로 간주하고 갈등해온 미국과 EU(유럽연합)의 인식에는 온도 차가 있다.
연일 계속되는 서방세계의 압박에도 중국이 완전히 코너에 몰렸다고 단정하기는 힘든 이유다. 거친 외교적 언어를 동원해 중국을 공격하는 나라들도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과 거리두기를 망설이는 모습이다.
많은 나라들이 중국을 정치적으로는 공격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단절하지 못하는 가장 큰 두 가지 이유는 '메이드 인 차이나' 영향력과 14억 명에 달하는 거대한 내수시장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토 성명이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과장돼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많은 문제에 있어서 우리의 라이벌이지만 동시에 많은 측면에서 우리의 파트너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G7은 중국과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무역, 기술개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길 원한다"며 "확실히 말하지만 G7은 반중 클럽이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 역시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무역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등 오히려 가까워진 모습이다. 지난 6월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발표한 각 지역별 무역 통계를 보면 올해 1~5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규모는 2796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2.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