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공동부유? 공동빈곤" 사라진 中교수의 글에는… [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1.09.12 06:10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2012년 당시 중국언론 기사에 실린 장웨이잉과 마윈 사진 /사진=중국 인터넷

2000년대 후반 중국에서 베이징대 MBA를 할 때 만났던 중국 교수가 느닷없이 한국 내 뉴스에도 등장했다. 바로 장웨이잉(張維迎·62) 베이징대 교수다. 흰머리가 부쩍 늘었지만 고집 센 눈매는 여전해 보였다.

지난 8월17일 시진핑 주석이 다 같이 잘 살자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언급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이날 이후 중국 정부는 일사불란하게 공동부유를 강조하기 시작했으며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대형 빅테크기업은 각각 1000억 위안(약 18조원)을 사회공헌에 쓰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중국하면 떠오르는 건 모두가 못 사느니 일부라도 먼저 잘 살게 하자는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이었다.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이 1978년 제11차3중전회에서 '선부론'과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주장한 이후 두 이론은 개혁개방의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선부론'(先富論)을 주창한 이래 줄곧 성장을 중시해온 중국이 '분배' 우선주의로 방향을 바꾸려는 걸까. 중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마윈 사건에서 시작된 중국 정부의 좌회전
지난해 10월 24일 와이탄 금융서밋에서 연설하는 마윈 /사진=중국 인터넷

지난 10월 와이탄 금융서밋에서 마윈이 중국 금융당국을 '전당포' 수준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이래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그룹의 기업공개를 갑자기 중지시키는 등 그동안 폭풍성장 해온 빅테크기업에 대한 태도를 180도 전환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중국 반독점기구인 시장감독관리총국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에 대해 3조1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여한 건 시작에 불과했다. 7월 중국 정부는 학업과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쌍감'(雙減)' 정책을 발표하며 사교육을 사실상 금지했고 8월에는 18세미만 청소년은 금·토·일과 법정공휴일에만 1시간(오후 8~9시)씩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규제했다. 중국에서도 이렇게 플랫폼, 사교육, 게임 등 기업에 대한 규제가 연이어 쏟아진 적은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장웨이잉 베이징대 교수가 지난 1일 민간연구단체인 '중국경제50인포럼'에 '시장경제와 공동부유'라는 글을 발표하며 공동부유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중국경제50인포럼'은 저우샤오촨 전 중국인민은행 총재, 저우치런 베이징대 교수 등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경제학자 50명이 소속된 포럼이다.

이 글에서 장 교수는 "만약 중국이 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을 견지하고 시장화 개혁을 끊임없이 지속한다면 중국이 '공동부유'로 나아갈 것"이지만 "시장에 대한 믿음을 잃고 정부의 간섭이 점점 많아진다면 중국은 '공동빈곤'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또한 장 교수는 "개혁개방이 중국사회를 더 평등하고 공평하게 만들었다"며 "시장경제는 인류 역사상 가장 평등한 제도"라고 덧붙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빈곤퇴치에 사용되는 돈은 정부 혹은 자선기구가 준 것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기업가가 창조한 것"이라며 "정부와 자선기구는 부를 일부 사람의 손에서 다른 사람의 손으로 옮길 수 있을 뿐이지 부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 관료들이 시진핑 주석의 연설문을 공부하는 요즘, 시진핑의 주장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반박하는 건 정말 강심장 아니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난 7월 1일 베이징 텐안먼(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시진핑 주석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중국 중앙(CC)TV 캡쳐
시장주의자, 장웨이잉

장웨이잉 교수는 어떤 인물일까. 1959년 중국 산시성(省)에서 태어난 장 교수는 서북대학을 졸업한 후 옥스포드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필자가 2000년대 후반 베이징대 MBA를 할 무렵, 경영대인 광화관리학원장을 역임 중이던 장웨이잉 교수는 대표적인 시장주의자다. 장 교수는 시장의 역할을 줄곧 강조해왔으며 게임이론에도 정통한 석학으로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받았다.

17살인 1976년 마오쩌둥이 사망하고 문화대혁명이 종료되기 전까지 문화대혁명이 가져온 참상을 목도하고 자본주의의 심장인 영국에서 옥스포드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딴 장 교수가 시진핑의 '공동부유'를 어떻게 볼지는 쉽게 상상이 가능하다. 이런 장 교수가 침묵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밝힌 것이다.

장 교수는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의 눈 밖에 난 이후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는 마윈과도 인연이 많다. 주로 입이 걸쭉한 마윈이 장 교수를 비판하는 식이었다.

2009년 중국 중앙(CC)TV '중국경제연도인물' 시상식에서 마윈은 "그동안 수많은 사람이 '10대 경제인물'에 선정됐는데 장 교수가 가르치는 MBA나 EMBA 과정을 통해 배출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모르겠다"고 MBA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방금 상을 받은 리닝이 바로 베이징대 EMBA 출신이다. 스포츠업체인 리닝의 성장은 광화관리학원에서의 공부와 떼놓을 수 없다"고 답했다.

2012년에는 알리바바 전자상거래업체 대회에서 마윈이 "만약 기업가들이 경제학자들의 말을 듣는다면 이들 중 절반은 이미 망했을 것"이라며 경제학자 무용론을 제기하자, 이후 장 교수는 "만약 기업가가 경제학자의 말을 듣고 망했다면 그건 그 기업가가 아직 진정한 기업가가 아니라는 의미다"라고 답변했다.

승승장구하던 마윈이 중국 정부의 눈 밖에 나자 장 교수는 좋아했을까? 아니다. 중국 내 여론은 마윈에게 등을 돌렸지만, 장 교수는 마윈에게 탄복했다며 마윈 같은 혁신형 기업가는 극히 드물다고 밝혔다.

현재 장웨이잉 교수의 '시장경제와 공동부유' 원문은 '중국경제50인포럼' 등 중국 인터넷에서 삭제돼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웨이보 등 중국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탔으며 지금도 활발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예상 밖인 건 의외로 장 교수의 관점을 지지하는 중국 네티즌들이 많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장 교수가 계속해서 존경받는 학자로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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