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 외친 대학생들…'제2 천안문' 될라, 신경 곤두선 시진핑

송지유 기자
2022.05.31 05:41

'베이징→톈진' 번진 中대학가 대규모 시위,
천안문 사태 닮은 제로코로나 반대 움직임에 촉각…
당국, 대학생들 '귀향' 요구 이례적 즉각 수용

지난 26일 중국 톈진대학 학생 수백명이 교내 광장에 모여 "타도! 형식주의, 타도! 관료주의"를 외치며 무리한 '제로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중국 당국이 다음달 4일 천안문 사태 33주년을 기념하는 움직임을 전면 차단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베이징 일대 대학생들의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지 않도록 다급히 당근책을 내놨고, 각종 추모 행사는 원천 봉쇄했다. 올 가을 3연임을 앞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천안문 이슈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3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홍콩명보·대만중앙통신 등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중국 수도 베이징 인근 톈진에 위치한 톈진대학 학생 수백명이 지난 26일 (현지시간) 교내 광장에 모여 "타도! 형식주의, 타도! 관료주의"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톈진 시내 코로나19 감염자 급증에 학교 측이 학생들을 외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봉쇄하자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시위대를 해산시켰지만 격앙된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 중국 베이징 인근 톈진대학 학생들이 몰려 나와 시위를 벌였다. / 영상=트위터 갈무리

27일엔 톈진의 난카이대학 학생들이 교내 곳곳에 '사회와 단절됐다', '자유로운 대학생이 되고 싶다' 등 문구가 적힌 대자보를 내걸었다. 기숙사 게시판에는 '제로 코로나에 반대한다'는 글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베이징 일대 대학가에서 중국 당국의 봉쇄 정책에 대한 반대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15일 베이징대를 시작으로 중국정법대(23일), 베이징사범대(24일)에서도 학생들이 모여 목소리를 냈다. 베이징 중심에서 시작된 반정부 운동이 톈진까지 번진 셈이다.

금기어된 '천안문'…SNS 게시물 모두 삭제
지난 1989년 5월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 모여있는 시위대들 /ⓒAFP=뉴스1

중국 내에선 최근 베이징 일대 대학가 시위가 천안문 민주화 운동을 연상하게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천안문 민주화 운동은 1989년 4월 15일 개혁파인 후야오방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 사망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치적 자유를 요구한 중국 역사상 최대 반정부 시위다.

당시 베이징대와 베이징사범대를 중심으로 전국 학생 대표들이 천안문 광장에서 시위를 벌였는데 일반 국민으로 확산돼 약 100만명이 참여했다. 중국 당국은 계엄령을 선포했는데도 시위가 계속되자 약 50일 만인 6월 4일 탱크와 군대를 투입해 유혈 진압, 학생·노동자 등 수천명이 사망하고 다쳤다.

중국 베이징사범대 학생들이 공유한 시위 안내문/사진=트위터 캡처

공교롭게도 천안문 사태 33주년을 앞둔 시기에 베이징 일대 대학가의 심상찮은 움직임에 당국은 학생들의 귀향 요구를 수용하는 등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베이징대도 시위 학생들 자극을 우려해 외부와 차단했던 벽을 즉각 철수했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대학생 시위 현장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 등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중국에선 천안문 사태를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 되고 있다. SNS에서 '천안문'이 검색되지 않는 것은 물론 상당수 중국인들이 이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한다.

심지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지난해 홍콩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미국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중국 천안문 사태를 연출한 에피소드가 사전 심의 과정에서 삭제된 일화도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중국은 1년에 364일 밖에 없다"며 "천안문 사태 기념일이 잊혀 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한 바 있다.

시진핑 3연임 방해될라…국제전화 막고, 현장접근도 금지
중국 톈진대학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에 현장으로 출동하는 경찰들/영상=트위터 갈무리

중국 당국이 천안문 사태 기념일을 앞두고 저명한 학자·언론인·인권운동가 등의 국제전화를 차단하고,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하려면 사전 허가 받도록 한 사실도 전해졌다. 현재 이들은 홍콩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받을 수 있지만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 발신되는 전화는 아예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자신의 국제전화 수신이 차단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다.

천안문 광장이나 기념식 현장 등의 접근도 막았다. 최근 베이징 당국은 다음달 15일까지 천안문 광장 관람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내세웠으나 천안문 사태 기념일을 전후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정치적 조치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홍콩 당국도 매년 천안문 사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시위가 열렸던 빅토리아파크의 사용예약이 끝났다며 접근을 차단했다. 이곳의 사용 목적을 '스포츠 행사'로 한정한 만큼 '정치 등 다른 목적'으로 전용할 경우 법적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엄포했다.

2017년 6월 30일, 홍콩 반환 20주년 기념식을 하루 앞두고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을 사열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P=뉴시스

중국 당국이 천안문 이슈에 촉각을 세우는 것은 올 가을 제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 선언을 앞두고 있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이 고집하고 있는 '제로 코로나' 때문에 민심이 악화해 있는 상황에서 자칫 반정부 시위가 확산할 경우 최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풀이다. 시 주석의 절대 권력에 가려졌던 2인자 리커창 총리 대망론도 최근 시 주석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시사 평론가인 장쿤은 "지방의 무능한 관리들이 제로 코로나를 앞세워 잘못된 행정을 하고 있다"며 "엄격한 봉쇄 정책을 지속할수록 시 주석의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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