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대의 산소 엔비디아…3대지수 반등동력 [뉴욕마감]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3.02.24 07:22
/사진= 엔비디아 그래픽 프로세서

연방준비제도(Fed)의 눈치를 보느라 지쳤던 시장이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면서 사흘 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나스닥은 전일 상승 보합세였지만 엔비디아 등 AI(인공지능) 관련 기술주 반등이 전체 지수들까지 이끈 모습이다.

이날 다우존스 지수는 111.32포인트(0.34%) 오른 33,156.41에 상승 마감했고, S&P500 지수는 0.53%(21.34포인트) 올라 4,012.39를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0.72%(83.33포인트) 오른 11,590.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증시는 AI 수혜주인 엔비디아가 장 초반부터 10% 이상 급등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엔비디아의 실적은 사실 '서프라이즈 아닌 서프라이즈'로 평가됐다. 4분기 실적은 전년에 비하면 반토막난 것이지만 월가의 예상치보다는 높았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예상치를 넘어섰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메이커가 업계에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AI 시장이라는 새로운 성장시장을 얻었다는 데 의미를 뒀다.

챗GPT의 최대수혜주
(서울=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 챗GPT는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기관인 '오픈AI(OpenAI)'가 공개한 챗봇 서비스다. 지난해 12월 공개 이후 최단기간(5일)에 100만 사용자를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출시 2개월째 되는 지난 1월에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억명을 돌파했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투자가들이 흥분하는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만든 AI서비스 챗GPT의 성장세가 놀랍다는 것이다. 유료구독 100만 돌파가 정식 출시 사흘 만에 이뤄지면서 그 어떤 서비스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MS의 공세에 다소 당황한 라이벌 구글은 대항마 '바드'를 준비하지 않고 내놨다가 오류를 지적 받으며 시가총액 150조원을 날렸다.

MS와 구글, 그리고 아마존 등 거대 테크기업의 AI경쟁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관련 칩 설계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기업으로는 엔비디아가 첫 손에 꼽힌다. 그리고 엔비디아의 4분기 실적에 이런 AI 관련 수혜가 숫자로 확인됐다는 것이 '진짜 서프라이즈'로 평가된다.

엔비디아의 주당 순이익은 88센트로 예상치 81센트 대비 8.6%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월가는 이를 근거로 1분기 매출이 예상치 63억3000만달러보다 높은 65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엔비디아는 사실 PC와 반도체 판매에 타격을 주는 경기침체로 실적이 고꾸라질 것으로 여겨졌지만 그 공백을 AI 매출이 메워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그래픽 프로세서는 기계학습 소프트웨어를 훈련하고 실행하는 데 매우 적합하다는 평가다.

항공분야 성장세…전기차 옥석가리기
롤스로이스 영국 더비 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항공엔진 검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롤스로이스

엔비디아와 함께 영국 항공제조사인 롤스로이스도 이날 주가가 23.68%나 폭등했다. 민간 항공 우주 및 전력 시스템 분야가 성장하면서 이익이 전년대비 57%나 증가해 예상을 크게 넘어선 까닭이다. 롤스로이스의 지난해 이익은 6억5200만 파운드(약 1조200억원)로 전년 2억3800만 파운드를 가볍게 두 배 이상 넘어섰다. 국제여행 수요가 회복되면서 항공기 제조가 늘어났고 핵심인 엔진제조에 특화한 회사의 현금창출력이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성장 시장인 전기차 업계에서 루시드는 이날 저조한 실적과 평가를 받으며 약 12%나 하락했다. BOA는 루시드 자동차에 대한 시장수요가 크지 않다며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대형 전기트럭 제조사 니콜라도 4분기에 133대 트럭을 만들었지만 딜러에겐 20대밖에 내놓지 못했다고 밝혀 주가가 5.58% 하락했다. 니콜라의 4분기 예상이익은 3210만 달러였지만 실제는 66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하이킹에 필요한 산소가 고갈됐다
넷플릭스 한국 및 아시아 지역 콘텐츠 담당 김민영 총괄이 25일 오후 진행된 넷플릭스 'See What's Next Korea 2021' 온라인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증시 지수는 소수 성장주의 급등으로 어렵게 반등했지만 시장에선 아직도 경계감이 넘쳐난다. 소비재 시금석인 월마트는 전일에 이어 2% 이상 하락했고, 넷플릭스는 30개국 이상에서 가격을 인하할 것이라는 소식에 3.35% 하락 마감했다. 도미노 피자도 전세계 소매판매 성장률이 기존 6~10% 예상에서 4~8%로 줄 것이라고 밝히자 주가는 9% 내렸다.

소시에떼제네랄은 1월 이후 증시에서 산소가 고갈됐다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 앨버트 에드워즈는 "지난해 10월 이후 증시가 오르기 힘든 에베레스트를 등정해왔지만 S&P500의 평균 멀티플이 18.6배에 달한 현실은 사실상 (더 올라갈 원동력인) 산소가 거의 없는 죽음의 고지대"라고 지적했다. 크레디트스위스도 "앞으로 중기적인 증시 전망은 채권이 좌우할 것"이라고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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