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장중 10만 달러를 돌파했다. 미국에서 가상자산(암호화폐) 친화적인 정책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시장이 가열되면서 연내 12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시간 5일 오전 11시30분쯤 사상 처음으로 개당 10만 달러를 넘겼다. 오후 2시35분 기준으로는 10만325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시장에는 두 가지 호재가 영향을 줬다. 미국에서는 4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친암호화폐 성향 폴 앳킨스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을 차기 정부 SEC 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앳킨스는 디지털상공회의소, 토큰얼라이언스 공동의장 직을 수행했다. 디지털상공회의소는 암호화폐 정책연구단체이며, 토큰얼라이언스는 디지털상공회의소 내에서도 암호화폐 시장 탐구에 집중한다. 지난 4월 앳킨스는 한 행사에서 암호화폐에 관한 명확한 규제가 없는 부분은 SEC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시장은 규제 완화를 예상한다.
"비트코인은 금의 경쟁자"라는 제롬 파월 연준(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도 이날 시세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이날 뉴욕타임스가 주최하는 딜북 서밋에서 "(비트코인은) 금과 같지만 가상이고 디지털"이라며 "달러가 아닌 금의 경쟁자"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투기 성격이 강한 자산으로 아직 달러 같은 화폐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이 발언을 파월 의장이 비트코인을 주류 자산으로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 암호화폐 기업 갤럭시디지털의 마이크 노브그라츠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며 "4년간 정치역경을 겪은 끝에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생태계가 주류 금융자산으로 진입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비트코인 공개 16년 만에 비관론과 논란을 뚫고 주류 자산에 편입될 순간을 맞았다"고 평했다.
비트코인 시세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11월5일) 이후 40% 이상 급등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 전까지 비트코인 시세는 6만7000~6만8000달러 안팎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하고 일주일 만에 비트코인 시세는 8만800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비트코인이 연내 10만 달러를 터치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졌고,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기대는 현실이 됐다.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개발자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암호화폐다. 사토시는 현재 비트코인 백서로 불리는 '비트코인: 개인 대 개인 전자화폐 시스템'이라는 논문과 함께 2008년 비트코인을 공개했다. 중앙은행 등 기관이나 특정 개인의 통제를 받지 않는 통화수단을 구축한다는 이념을 기반으로 한다.
비트코인은 실체 없는 허상 아니냐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상승세를 그렸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세상 모든 물량의 비트코인을 25달러에 팔아도 사지 않겠다"며 비트코인을 인정하지 않았다. 2022년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 사건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FTX 거래소 창시자 샘-뱅크먼프리드는 거래소 고객 자금을 전용해 불법 암호화폐 거래를 한 사기 혐의로 지난 3월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그가 빼돌린 고객 자금은 80억 달러에 이른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은 미국 SEC에서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승인을 받아내는 등 꾸준히 입지를 넓혔다.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을) 비트코인 수도로 만들고 싶다"며 차기 행정부에 암호화폐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당분간 계속 오를 것으로 본다. 10만 달러 돌파 후 이익 실현을 위한 매도세로 단기 하락할 수 있으나, 동력을 회복해 우상향하리라는 취지다. 디지털자산 투자업체 카나리 캐피털 창업자 스티븐 맥크러그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일단 (이익 실현 목적의) 매도세를 처리하고 나면 (시세가) 더 빨리 오를 수 있다"며 "크리스마스까지 12만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