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제 47대 미국 대통령의 취임 당일인 20일(현지시간)이 밝았다. 하지만 세계 정세에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 드리운 불확실한 그림자는 걷히지 않고 있다. 미국의 동맹은 물론 적국까지 트럼프 집권 2기의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가 미칠 파장에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특히 관세를 사랑하는 그가 4개의 카드를 쥐고 어떤 방식을 택할지도 주목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취임 하루 전인 19일 트럼프 당선인은 워싱턴 시내 캐피털원아레나 집회 연설에서 "내일 정오 지난 4년간의 미국 쇠퇴의 세월에 종지부를 찍고, 실패하고 부패한 정치 체제의 통치를 단번에 끝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취임 후 단 몇 시간 만에 100개에 가까운 수십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 및 국경 조치가 우선적으로 거론되나 관건은 트럼프 2기 무역 조치의 구체적인 범위와 정도, 조치가 발동되는 구조다. 트럼프가 취임 선서 후 곧바로 행정명령 서명에 돌입한들 임기 첫날 모든 계획이 한 번에 완료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타깃 국가별로 다른 시점, 다른 분야에 대해 각각 다른 도구를 적절히 섞어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관세 관련해 그가 가진 카드는 4개로 요약된다. 1962년 무역확장법 제232조가 그 중 하나다. 해당 법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1기 때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를 근거로 관세를 적용했다.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는 1974년 무역법 301조도 일반적인 루트다. 무역법 122조 역시 트럼프가 '무역 불균형'을 이유로 15% 관세를 붙일 수 있어 쓸 만한 카드다. 트럼프는 그동안 동맹을 포함한 상대국에 무역 불균형을 끊임없이 불평해왔다. 특히 무역법 122조의 경우 '150일'로 효력이 제한되는데 역으로 상대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는 정도에 따라 150일 단위로 관세를 차등 적용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국가 비상사태 시 관세를 무기로 쓸 수 있는 1977년 국제 비상 경제권한법(IEEPA)도 트럼프가 손에 쥔 카드다. 지금까지 어떤 미국 대통령도 보편관세 부과에 IEEPA를 적용한 적이 없다. 하지만 IEEPA는 적용 효과가 즉각적이기 때문에 트럼프 2.0의 정책 집행 속도를 높이는 데 최적이다. 트럼프는 이미 멕시코 및 캐나다와의 국경이 붕괴됐다며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암시한 바 있다. 무역 변호사이자 세계무역기구(WTO) 임원이었던 사이먼 레스터는 "합법성의 경계를 넓히고 싶다면 그리(비상사태 선포 후 IEEPA 발동)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느 쪽이든 각 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지 않다. 캐나다-미국 간 무역전문가인 로라 도슨은 "투자를 남쪽(미국)으로 이동시킨다. (기업들의) 생산 결정이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생산 시설 이전을 검토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150억달러 규모로 캐나다 역대 최대 단일 투자를 추진해온 혼다는 캐나다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는 데 "매우 조심하겠다"며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글로벌 경제에 미칠 충격파와 반발을 감안해 트럼프의 보좌진 일부는 작은 세율로 시작해 매달 2%포인트씩 점진적으로 관세를 높이는 방안도 건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취임 첫날에는 중국에 한정해 추가 관세 절차를 시작하고 이를 협상의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역 변호사 스콧 린시컴은 "트럼프 정책을 놓고 소송을 한들 법원을 통과할 때쯤이면 이미 피해가 발생한다"며 "무역 소송보다는 트럼프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수백만개의 뉴스 기사와 취임 초기 주가 폭락을 꺼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게 (무역 상대국에) 수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국 정부는 물론 노동자 단체들의 움직임도 급박하다. 캐나다 자동차 노조를 대표하는 유니포의 라나 페인 의장은 현지 매체 CBC에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대비하기가 더 어렵다. 혼다 협력사에 근로자 고용 안정성을 촉직하기 위한 신규 조직을 만들고 일자리가 사라질 것에 대비해 고용보험을 보강해줄 정치인에 줄을 대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