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실세' 머스크, 710조 AI투자 발표에 "돈 없을텐데"…또 엇박자

심재현 기자
2025.01.23 03:53

[트럼프 2기 출범]
의회 예산안 처리 언급 논란 이어 또 도발적 발언
WSJ "트럼프-머스크 불편한 역학관계 보여줘"
오픈AI 샘 올트먼 CEO와 '앙숙' 관계가 원인 분석도
정부효율부 공동수장 돌연 사퇴도 머스크 입김 눈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배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뉴스1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새로운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계획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라고 치켜세운 발표에 최측근 실세가 도발적인 발언으로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불편한 역학관계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머스크 CEO는 이날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픈AI,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발표한 5000억달러(약 710조원) 규모의 합작사 스타게이트 설립 구상과 관련, "그들은 실제로는 (그만큼) 돈이 없다"며 "소프트뱅크의 자금은 100억달러(약 14조2000억원) 미만이고 이건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를 빗대 5000억달러 AI 프로젝트에 의구심을 제기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후 백악관에서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소프트웨어업체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가 미국에 최소 5000억달러를 투자하는 AI 합작회사 '스타게이트'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기자회견에서 이들 회사는 1000억달러를 투입한 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인 향후 4년 동안 추가로 400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새 기업은 매우 빠르게 1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며 "이 기념비적 사업은 미국의 자신감에 대한 표명"이라고 밝혔다.

미국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 CEO의 게시글에 대해 "트럼프가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몇시간 만에 머스크가 합작 사업의 순조로운 출발에 공개적인 의문을 표했다"며 "트럼프가 정부 지출 삭감, 연방 관료제 간소화 업무를 맡긴 억만장자 머스크와 신임 대통령 사이의 때때로 어색하고 불편한 역학관계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정부와의 첫 공개적 단절"이라며 "고위 정책 관리가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니셔티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냈다.

"정권 실세의 이례적인 의문 제기"…오픈AI와 사적감정 반영 분석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일(현지시간) 워싱턴 '캐피털원 아레나'에서 열린 제47대 대통령 취임 축하 퍼레이드서 연설 중 나치식 경례 동작을 하고 있다. /AFP=뉴스1

미 정계와 관련업계에서는 일차적으로 그동안 AI에 대해 다소 미묘한 견해를 밝혀왔던 머스크 CEO의 사고가 반영된 반응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 CEO는 자신의 스타트업 xAI를 통해 AI에 투자했지만 AI를 제대로 억제하지 않으면 실존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반복해왔다.

머스크 CEO가 이번 합작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앙숙'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의견도 있다. 두 사람은 2015년 오픈AI를 공동 설립했지만 2018년 내부 갈등으로 머스크 CEO가 오픈AI를 떠났다. 지금은 오픈AI의 영리기업 전환을 놓고 법적 소송 중이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의견 표명이라기보다는 올트먼 CEO와의 해묵은 감정이 도발적인 게시글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머스크 CEO의 게시글에 올트먼 CEO는 이날 댓글을 통해 "당신도 확실히 알다시피 틀렸다"고 반박했다. 울트먼 CEO는 "사업이 이미 진행 중인 장소에 방문하길 원하냐"며 "국가에 좋은 일이 당신의 회사에 최선은 아니지만 당신의 새로운 역할이 미국을 최우선에 두는 것이길 바란다"고 적었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위해 최소 2억5000만달러(약 3600억원) 쓴 것으로 알려진 1등 공신이자 새로운 실세로 통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이후 정부 지출 구조 개혁 등을 담당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머스크 CEO를 내정하고 지난 20일 취임 첫날 정부효율부 설립 및 운영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 등은 머스크 CEO가 이미 백악관 이메일 주소도 받았다고 보도했다.

"선 넘은 간섭"…잇단 입방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19일(현지시간) 워싱턴 '캐피털 원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MAGA 대선 승리 축하 집회서 연설을 하는 동안 춤을 추고 있다. /로이터=뉴스1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후로 경제 부문을 넘어 정치·외교 문제 등에 대해서도 도발적인 언급을 이어가면서 몇차례 논란을 빚었다.

지난달에는 미 의회의 임시예산안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간 이미 합의된 내용에 제동을 걸며 "터무니없는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하원 또는 상원의원은 2년 내 퇴출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민주당에서 "머스크가 진짜 대통령이냐"라는 조롱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새로운 거짓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에 대통령직을 양도했다'는 것인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진화하기도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공동수장으로 내정됐던 비벡 라마스와미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돌연 사퇴한 것을 두고도 머스크의 입김이 작용한 선 넘은 개입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표면적으로는 라마스와미가 오하이오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물러난 것처럼 보이지만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기도 전에 자리에서 내려온 데는 지난해 연말 전문직 취업 비자(H-1B) 정책 유지를 촉구한 머스크 CEO와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눈밖에 난 게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머스크 CEO는 전문직 고급인력 이민을 늘리자고 주장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과 다소 상충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세력과 각을 세우고 있다.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이 5000억달러를 어떻게 조달할지 세부 계획은 아직 알려지지 않는다. 다만 소프트뱅크는 지난달에도 1000억달러의 대미 투자계획을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발표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즉석에서 투자 금액을 2000억달러로 올릴 수 있느냐고 농담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 그룹의 손정의 회장(일본명 손 마사요시)은 전날 백악관 회견에서 당시를 거론하며 "5000억달러를 들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일본 컨설팅업체 아스트리스 어드바이저리의 분석가 커크 보드리는 "미국에선 지금 '트럼프 팀'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며 "4년 후에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묻고 따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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