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서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국제개발처(USAID)를 비난하며 '하마스를 위한 콘돔 지원비용이 5000만달러(725억원) 쓰였다'고 주장했던 그다. 이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대국민 연설에서 언급하면서 파급력이 커졌는데, 두 사람이 대통령 집무실 공동 기자회견으로 해명하면서 사실이 아니었던 걸로 일단락됐다.
11일(현지시간) 머스크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연 기자간담회에서 '5000만달러어치 콘돔이 가자지구로 갔다고 X(엑스)에 한 말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는 지적을 받고 "내가 말한 것 중 일부는 틀릴 수 있다.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우리는 실수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수한 걸 빠르게 고치려 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솔직히 어디든 5000만 달러 상당의 콘돔을 보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국민들이 좋아할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앞선 지난달 29일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리빗은 정례 브리핑에서 USAID 지원금 중단 결정에 대해 "납세자들의 돈이 터무니없는 곳에 쓰이는 걸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빗은 "예컨대 가자지구 콘돔 지원에 쓰이려던 세금이 5000만 달러였는데, 우리가 그걸 막은 것"이라고도 말했다.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이 이야기에 살을 붙여 언급했다. 그는 "정부 예산의 엄청난 낭비와 사기, 뇌물 등이 비일비재했던 관료주의를 뜯어보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하마스의 콘돔 구입비용으로 쓰일 돈 5000만달러를 확인했고, 막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들(하마스)은 콘돔을 폭탄 제조에 사용해왔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발언에 외신들은 일제히 팩트체크에 나섰다. CNN방송은 "정부가 공개한 2023년도 회계자료를 살펴본 결과 USAID가 콘돔 구입에 쓴 돈은 700만 달러(101억원)이며, 이건 아프리카의 에이즈 퇴치 용도였을 뿐, 중동으로 보낸 건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규모 감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머스크는 "연방정부 지출을 줄이는 것은 미국의 존속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며 "만약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파산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또 연방정부 공무원을 상대로는 "선출되지 않은 제4의 권력"이라며 "관료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데 민주주의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했다.
자신이 '선출되지 않은 관료 권한'이라는 지적을 받는 다는 말에 머스크는 "거의 매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대통령에게 가부를 확인한다"며 반박했다. 머스크는 "일련의 확인 절차가 마련돼 있어서 우리가 마음대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자간담회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공무원의 추가 채용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각 기관이 채용할 땐 정부효율부(DOGE) 소속 직원과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백악관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연방 기관별로 대규모 인력 감축 계획을 수립하고, 필요없는 부처 내 부서나 부처 자체를 폐지 또는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이나 행정부가 폐지한 프로그램에 관련한 공무원을 우선 감축해야 한다. 이 기간 채용은 동결이며, 직원 4명을 해고하면 1명을 추가고용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각 기관장은 채용 과정에 있어 배치된 정부효율부 팀장과 상의해야 한다.
행정명령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투명성이 부족하거나 이해관계에 충돌이 있다면 우리는 그가 그 일을 하도록 두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머스크를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