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회초리 들고 "미국이 원하는 걸 줘"…트럼프, '거래의 기술' 완승

김희정 기자, 변휘 기자
2025.02.20 08:00

[MT리포트]'더 센 시즌2' 트럼프 한달 (上)

[편집자주] 20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달이 된다. 예상대로 그는 많은 것을 준비했고, 많은 것을 쏟아냈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 뉴스는 그의 차지였다. 이제 그의 선공에 대응할 시간이다. 지난 한달을 돌이켜보고 세계는 어떻게 준비하는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지 짚어본다.

"준비할 시간은 줄게"…트럼프 한달, '거래의 기술' 2.0 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자택에서 행정명령 서명식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AFPBBNews=뉴스1

"누군가가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때, 사실 그건 돈에 관한 것이다."("When somebody says 'It's not about the money,' it's about the money."-트럼프의 책 <거래의 기술>에서)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의 한 달은 예상대로 숨이 가빴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협상 테이블에서 동맹국 지도자조차 먹잇감처럼 면전에서 조롱당하고 협상의 칩으로 쓰이는가 하면 맞대응 카드를 챙겨볼 틈도 없이 방어하기 바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지렛대 삼아 미국의 이익을 철저히 챙기고 국경 안보까지 한 방에 해결했다. 지금까지는 '거래의 기술' 2.0이 통했다. 트럼프의 완승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1월20일) 이후 한 달 동안 임기 첫날부터 국경 안보, 규제 완화, 정부 효율성 향상, 미국 근로자를 위한 경쟁 환경 균등화(상호 관세) 등을 통해 미국의 새로운 황금기를 여는 비상한 조치를 취했다고 논평을 냈다. 특히 다른 글에선 '국제 거래의 기술'이라는 항목에서 트럼프 정부가 관세를 앞세워 무엇을 얻어냈는지 열거했다. 결국 트럼프가 다른 나라를 압박해 미국에 유리한 것을 얻어내는 과정은 '거래'다.

지난 5일(현지 시간)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멕시코 국가방위군 대원들이 멕시코-미국 국경을 순찰하고 있다. /AP=뉴시스

가자지구를 미국이 소유해 중동의 리조트로 개발하겠다 선언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 러시아와 따로 협상을 시작하면서 우크라이나에 720조원 전쟁 계산서를 청구하는 등 국제 안보 문제에서도 '미국을 위한' 거래를 하고 있다.

그의 '거래의 기술'이 극적 효과를 발휘한 것은 무역 분야다. 그는 관세 카드를 만능 회초리인 양 집권 1기 때보다 적극적으로 휘두른다. 18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얘기 중 자동차 관세는 4월2일쯤 발표하고 세율이 약 25%일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는 그 이상으로 부과하되 1년에 걸쳐 계속 수위를 높이겠다 엄포를 놨다.

트럼프는 상대를 겁주듯 강한 관세를 먼저 예고하고 실제 발표는 이보다 수위를 소폭 낮춰왔다. 실제 발효까지 시간을 둬 상대국에 미국이 원하는 협상 카드를 내밀게 하는 패턴을 따르고 있다. 이는 증시를 비롯해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도 한다. 이날도 "그들에게 시간을 주려 한다"며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관세가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상호 관세에 관한 행정명령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뉴스1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동맹인 캐나다, 멕시코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가까운 이웃부터 혼을 빼놨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유입을 막고 불법 이주를 차단하기로 협의하자 3월 초까지 한 달 유예 기간을 줬지만 관세 카드를 거두진 않았다. 라이벌인 중국에는 10%의 관세를 발효했다.

11일에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3월12일부터 예외 없이 부과하기로 했다. 그 이틀 후인 13일엔 비관세 장벽까지 포함해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하는 상대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4월1일까지 국가별 조사와 협의를 마치고 상호관세를 확정한 후엔 곧바로 2일쯤 자동차 관세를 내놓는다. 반도체·의약품에는 그 이상의 관세를 예고했다.

관세 부과를 막으려는 각국과 미국의 본협상이 시작됐다. 자동차, 반도체 등 관세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는 한국도 이번 주 정부 당국자, 기업들의 경제사절단이 잇따라 미국을 찾으며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 취임 이후 국정 지지도 추이/출처=파이브서티에이트

한편 미국의 황금기가 다시 열렸다는 백악관의 자화자찬과 달리 트럼프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불안정하다. 미 여론 분석 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에 따르면 18일 기준 각종 여론조사 평균치에서 트럼프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해 '지지한다'는 반응은 49.4%로 지난달 24일(49.7%)보다 소폭 낮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45.6%로 4.1%포인트 늘었다.

실제 미국 내 반트럼프 목소리도 확산된다. 지난 17일 '대통령의 날' 미국 곳곳에선 "(미국에) 왕은 없고, 왕관도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규탄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건국 이래 지켜온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그의 책에 따르면 첫째, 둘째, 셋째도 '준비돼 있는 것'이다. 그는 어디까지 준비돼있는 것일까.

'캐나다를 다시 위대하게'라고 쓰인 옷을 입은 시위대가 지난달 19일 워싱턴DC 캐피털 원 아레나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로이터=뉴스1

"폭탄발언에 말려들지마"…각국 정상들의 '트럼프 2.0' 관리법

[멕시코시티=AP/뉴시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수도 멕시코시티의 소칼로 광장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행사 중 군중에게 손짓하며 인사하고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대화하고 협력할 것이나 절대 종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01.1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집권을 맞닥뜨린 세계는 '조용한 저항'을 택하고 있다. 미국의 이익을 앞세운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을 이미 경험한 만큼, 트럼프의 도발에 정면으로 반격하기보다는 표면적으로는 순응하되 피해를 최소화하고 실리를 챙기는 흐름이다.

◇8년 전 "트럼프, 구역질나고 어리석다"던 세계

8년 전 1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세계에선 '트럼프의 미국'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는데 특히 유럽은 트럼프의 당선 직전까지 맹공했다. 당시 프랑스의 올랑드 프랑수아 대통령은 "트럼프의 과도한 언행에 구역질난다"고 했고, 마뉘엘 발스 총리는 트럼프는 "의심할 여지 없이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다. 자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트럼프와 같은 극우 포퓰리스트는 평화와 사회통합, 경제발전의 위협"이라 비판했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분열을 조장하고 어리석으며 잘못됐다"고 폄하했다.

미국의 이웃나라도 '반트럼프' 정서가 뚜렷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인은 공포와 분열의 정치를 단호하게 배격한다"고 말했고, 멕시코의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우리는 수십년에 걸쳐 이룬 것을 파괴하고 없애려는 대중영합적이고 선동적인 정치인을 목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팜비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사저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가 25% 수준일 것이라면서 "미국에 공장 지으면 무관세"라고 말했다. 2025.02.19.

오히려 트럼프를 비판하지 않는다고 비판받기도 했다. 독일 앙헬라 메르켈 총리는 전세계 언론의 질문에도 끝까지 트럼프에 대한 논평을 삼가며 '전략적 침묵'을 택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 대선 직후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칭찬했다. 이를 바라보는 자국 내 여론은 곱지 않았다.

◇돌아온 트럼프에 "다시 만나 영광, 강력하다" 찬사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맞은 세계는 한층 침착해졌다. 8년 전 트럼프를 공개 비판했던 트뤼도는 작년 말 트럼프의 플로리다 자택을 방문한 뒤 X에 기념사진을 올리며 "지난밤 저녁 식사에 감사하고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적었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관세폭탄을 투하했지만, 트뤼도는 "펜타닐 차르를 임명하고, 국경을 감시하겠다"면서 인내했다. 유럽의 반트럼프 정서도 누그러졌다. 일례로 트럼프와 사사건건 충돌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트럼프를 초대해 "프랑스인들이 5년 만에 당신을 다시 맞이하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워싱턴=AP/뉴시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선물 받은 사진집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5.02.08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8년 전 아베 못지 않은 '아부의 기술'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후 이시바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첫 인상' 질문에 "TV에서는 무섭고 강한 성격으로 보였는데, 실제 만나보니 매우 진지하고 강력한 인물이었다"고 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발언에 트럼프가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었다"고 평가했다. 당시 일본은 1조달러 대미 투자 등 줄 건 주는 대신 직접적 관세 공격을 피하고 안보 확언을 받는 등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회담 직후 NHK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내각의 지지율은 44%로 한 달 전보다 5%p 올랐다.

멕시코는 국내외에서 트럼프를 상대하는 '좋은 예'로 꼽혔다. 취임 5개월째인 '초보'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은 미국과의 국경에 군 병력 1만명을 늘려 마약과 불법 이민 단속을 강화하기로 하며, 캐나다보다 먼저 트럼프의 관세폭탄을 1개월 유예했다. 특히 셰인바움 대통령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며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보다, 무엇에 서명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세 유예 당시 양국 정상 간 통화와 관련된 한 인사는 NYT에 "트럼프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셰인바움은 차분함을 유지하면서도 트럼프가 멕시코만 명칭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꾼 것 관련해 "미국을 '아메리카 멕시카나'라고 불러야 한다"며 할말은 하고, 관세 공격에 대해서는 '플랜B'가 있다며 카드를 쥐고만 있는 등 노련함도 보인다.

◇"트럼프도 영원하지 않아"…전략적 인내

세계 각국의 '로우키(low-key)' 대응을 트럼프식 미치광이 외교 전술이 성공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존 알터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기고문에서 각국의 인내에 대해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의 비용이 크고 때로는 불필요하기 때문"이라면서도 "일부 국가는 미국의 분노를 불러일으키지 않은 채 조용히 저항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알터먼 부소장은 또 "여러 국가는 단기적인 작은 양보로 미국의 시야에서 벗어난 뒤 트럼프 정책이 저항에 직면할 때를 기다리고, 2026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의 '레임덕'이 찾아오면 전통에 입각한 미국의 정책으로 돌아갈 것을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각국이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장기적인 미국의 대안을 찾으며 "미국이 보호국 아닌 강력한 경쟁자라는 생각을 내면화하면" 미국의 장기적 이익에 반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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