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 원조 동결조치가 잘못됐다고 결론내렸다.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당일 행정명령으로 대외 원조프로그램 중단 명령을 내린 지 45일 만이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 및 AP통신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연방 법원의 대외원조 동결 금지 결정을 뒤집어달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을 기각했다. 정부는 이미 계약된 내용에 따라 해외 원조로 20억 달러(2조8860억원)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날인 1월20일 행정명령을 통해 대외 원조 프로그램의 일시 중단을 명령했다. 해외원조 프로그램이 미국의 외교정책에 부합하는지 평가가 필요하다며, 그 동안 지출을 잠시 중단한다는 취지다. 이에 '에이즈 백신 수호 연합', '글로벌 보건 위원회' 등 미국의 해외 원조 프로그램에 따라 운영되는 단체들이 정부의 조치로 피해와 혼란이 발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13일 워싱턴 연방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에 해외원조 계약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2월25일까지 20억달러를 지불하라는 임시명령도 내렸다. 이에 불복한 트럼프 정부는 "판사가 권한을 남용했다"며 연방 대법원에 긴급 개입을 요청했는데, 이날 대법원도 정부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대법원은 대법관 5대 4의 결정으로 "정부가 이행할 의무가 무엇인지 명확히 하라"라면서 연방법원의 명령을 유지했다. 연방 대법원은 보수 성향 판사가 6명으로(총 9명) 보수 우위 구도다.
이번 결정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정부를 개편하려는 트럼프의 시도를 판사들이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는 점을 드러내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백악관의 정부지출 삭감 프로젝트에 대한 법적 타격을 의미한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진행중인 보조금 동결, 정부직원 해고, 난민 프로그램 중단 등의 시도들도 하급법원에서 줄줄이 차단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 행정부가 법을 어기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소송이 100건이 넘게 쌓인 상태"라며 "트럼프의 일방적인 행동에 대한 법원 내부의 깊은 분열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