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통치에서 영혼통치로 [PADO]

PADO 국제시사문예지
2025.03.29 06:00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비(非)리버럴 국가들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름의 비전을 제시하며 국민의 영혼까지 통치하고자 한다. 미국도 점점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편집자주] 보통 근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가치에 중립적인 국가라고 부릅니다. 기본적인 약속인 헌법과 기타 법만 잘 지키면 어떤 삶을 '좋은 삶'이라고 믿으며 살든 국가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근대의 자유민주주의 즉 리버럴한 민주주의는 '좋은 삶'에 관심이 없습니다. 아주 거칠게 표현하면, 구성원들이 어떤 '좋은 삶' '최선의 삶'을 살고 추구하는지엔 관심이 없고 최소한의 약속만 지키는 '최저의 삶'만 지키도록 하는데 관심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공허해진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타고나길 '좋은 삶'에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좋은 삶'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정치사상을 보통 공동체주의라고 하고 리버럴 민주주의처럼 헌법적 사회계약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쪽이 공화주의입니다. 공화주의자들은 하나의 '좋은 삶'을 추구하는 공동체주의적 비전이 자칫 사회적 관용을 파괴하고 억압적인 형태를 띠게 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노에마 매거진 3월 4일자 에세이에서 필자인 알렉산드르 르페브르는 '좋은 삶'을 추구하는 아리스토텔레스적 정치체제가 역사상 더 긴 역사를 갖고 있고, 가치 중립을 표방한 리버럴리즘 정치체제는 근대에 나타나 짧은 역사를 가졌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한편의 에세이로는 르페브르의 입장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그는 공동체주의적 관점, 즉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 및 사회에 대한 관점 기반 위에서 트럼프의 MAGA 운동, 푸틴의 러시아 등 리버럴하지 않은 정치 행태를 이해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그는 솔직히 리버럴리즘도 사실 하나의 '좋은 삶'을 제시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합니다. '나는 가치 중립적이야' '나는 리버럴해서 모든 것을 관용해'라는 태도 역시 하나의 가치이며 태도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심해지면 이 가치와 태도를 남에게 강요해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르페브르는 국내외에서 리버럴리즘의 관점에서 다른 공동체주의적 정치를 너무 적대시하진 말기를 권합니다. 어차피 모든 정치체제는 명시적으로나 암묵적으로 특정 이데올로기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의 차이로 꼭 피를 흘릴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근대 리버럴리즘 자체가 더 이상 종교로 피를 흘리지 말자는 '모두스 비벤디' 즉 타협의 산물이었는데, 또다시 가치의 차이로 피를 흘릴 수는 없지 않냐는 것이 르페브르의 지적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사진제공=Google DeepMind

약 450년 전, 한 프랑스 철학자가 고급 리조트를 배경으로 다양한 투숙객들 사이의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모습을 그린 인기 미국 드라마 '화이트 로터스'를 연상케 하는 책을 썼다.

장 보댕(Jean Bodin)의 '숭고함의 비밀에 관한 7인의 대화'에서는 엄청난 부를 지닌 베네치아 귀족 코로나이우스가 여섯 명의 손님을 자신의 저택으로 초대해 일주일 동안 오락과 대화를 즐기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낮 동안 손님들은 정원을 거닐고, 호화로운 식사를 즐기며, 시각적 착시 놀이를 하고,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는다. 하지만 밤이 되어 와인을 따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달아오른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코로나이우스는 일주일의 시간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생각하는지를 배우고자 했다. 그의 손님들은 루터교도, 칼뱅주의자, 유대인, 무슬림, 회의주의자, 그리고 철학적 자연주의자였다. 이들은 태양의 본질을 포함해 세상의 모든 주제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가장 치열한 충돌은 도대체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인간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그들은 설득을 시도하기도 하고, 그것이 헛된 일임을 깨닫기도 하며 말을 주고받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2025년에 이 실험을 반복하고자 한다면 어떨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우리가 코로나이우스의 입장이 되었다고 상상해보자. 이제 막 패권 도전을 받기 시작한, 아직은 부유하고 안락한 패권자의 입장이다.

16세기엔 그것이 가톨릭교회를 의미했다면, 21세기에는 리버럴 민주주의 질서가 깨지기 시작하는 상황에 처한 리버럴리즘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코로나이우스처럼 우리도 패권 경쟁자들의 삶과 사고를 이해하고 싶다면, 누구를 초대해야 할까?

답은 명확하다. 리버럴이라면 리버럴리즘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우위를 위협하는 전 세계 정치체제들의 가장 생각이 명쾌하고 깊은 대표자들을 찾아야 한다.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자면, 나는 다음과 같은 이들에게 초대장을 보낼 것이다. 러시아의 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일명 '푸틴의 두뇌'로 불리는 인물), 40년 넘게 베이징의 이데올로기를 이끌어온 노련한 전략가 왕후닝, 트럼피즘을 누구보다 잘 대변한 미국의 스티브 배넌, 인도의 힌두민족주의 운동을 이끄는 모한 바그왓, 이슬람주의 관점을 대표할 튀니지의 라셰드 가누쉬, 그리고 헝가리 총리로 재임 중이면서도 시끄러운 토론을 즐기는 빅토르 오르반.

좋다. 이제 21세기판 '7인의 대화' 손님 명단은 완성되었다. 진짜 질문은 이제부터다.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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