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오는 4월1일 밤 또는 2일 보게 될 것이라고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고했다.
당초 예고보다 한나절 정도 빨리 상호관세 방안을 발표할 수 있다고 예고한 셈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4월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내각 전체 각료가 참석한 가운데 상호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1일 밤 상호관세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뒤 공식 발표는 2일 진행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적용국가에 대해서는 "많은 국가가 상호관세를 피해가기 힘들 것"이라고만 답했다. 또 '상호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가 있냐'는 질문에 "모든 국가가 (미국을 상대로) 돈을 많이 벌지는 않았지만 거의 모두가 그랬다"며 "하지만 모두가 그러지는 않았고 우리는 그러지 않은 국가에 매우 친절할 것"이라고 답했다.
예외 없는 전면 적용과 선별적·절충적 접근을 여전히 명확히 하지 않으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줄곧 상호관세 면제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다가 지난 25일 일부 국가에 대해 면제할 수도 있다고 밝힌 뒤 지난 30일에는 다시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시작할 것이라며 다소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였다. 레빗 대변인은 이와 관련,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까지는 예외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세율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가 우리에게 무엇을 부과하든 우리도 부과하겠지만 우리는 그들보다 매우 친절할 것"이라며 "그들이 우리한테 부과한 관세보다는 숫자(관세율)가 낮을 것이고 어떤 경우에는 훨씬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가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중국과 더 협력하게 만들 가능성을 우려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중일 3국이 지난 30일 서울에서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를 열고 경제통상 분야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한 데 대한 반응이다. 사실상 한국과 일본을 겨냥, 상호관세 부과 후 중국과 공동 행보를 취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통상가에서는 최대 관심사인 적용 국가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가 10개국 또는 15개국, 21개국을 상호관세 대상국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구체적인 국가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최근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연간 1조달러의 미국 무역적자를 유발하는 10~15개국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2024년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무역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교역 파트너는 중국, 유럽연합(EU), 멕시코, 베트남, 독일, 대만, 일본, 한국, 캐나다, 인도, 태국, 이탈리아, 스위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의 순이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이날 불공정 무역 관행 사례로 지적한 21개국은 알파벳 순서로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EU,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멕시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위스, 대만, 태국, 튀르키예, 영국, 베트남이다.
한국을 비롯한 10여개국은 무역적자 비중이 높은 상위권 국가와 불공정 무역 관행 목록에 모두 포함된다.
미 무역대표부는 이날 보고서에서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금지, 화학 물질 등록·평가에 관한 규제, 네트워크 망 사용료, 공공 부문에 적용되는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CSAP) 등을 한국의 주요 무역장벽으로 들었다. 배출 가스 규제 불투명성 등 자동차 시장에 대한 진입 규제, 무기나 군수품 등을 살 때 반대급부로 요구해온 기술이전, 한국 원전에 대한 외국인 소유 금지 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무역대표부 보고서가 상호관세 발표 직전 공개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적용범위와 세율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