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나는 일하던 병원을 떠나 긴 휴가를 다녀왔다. 복귀 첫날 아침, 기상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버튼을 눌러 알람을 끄고, 잠시 불을 켜지 않은 채 누워 있었다. 그러고는 침대 위에 있던 발을 하나씩 바닥에 내렸다. 그 동작과 함께 다시 마취과 의사로 돌아가는 과정이 서서히 시작되었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된 것을 느꼈다. 의사로서 나의 일을 수행할 능력에 대해 알 수 없는 불안이 밀려들었다. 내면의 어떤 조화가 사라진 듯했다.
휴가 전 나는 일정한 궤도를 따라 흐름을 즐기며 일했다.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거듭되는 수술에 참여하며 필요할 때는 즉각적인 결정을 자신 있게 내렸다.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당황한 적도 거의 없었고, 심지어 일상을 벗어난 일이 벌어지기를 은근히 바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삐끗, 궤도를 비껴난 느낌이랄까.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의심에 사로잡혔고, 아무리 애써도 의심은 끊임없이 되솟았다. '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불과 얼마 전만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단 몇 주 만에 자신감과 확신이 흔적없이 사라져버렸다. 한마디로 나는 나의 전문가적 직관을 잃어버렸다.
무슨 말인지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직관은 실재하며 직관이 없이는 어떤 전문가든 방향 감각을 잃는다. 한때 확실하고 분명하게 느껴졌던 것이 따져야 할 질문거리가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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